잠시 주춤하던 KTX열차들의 고장이 다시 잇따르고 있다.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은 물론 프랑스에서 도입한 KTX열차까지 사고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올 들어 광명역 탈선사고와 차량고장으로 인한 운행지연 등이 속출하자 일부 차량의 운행 감축을 통한 정비강화안을 내놓으며 KTX안전을 항공기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5일 밀양에서 KTX-산천의 객실에 연기가 가득 차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들이 대피했다가 열차를 갈아타는 소동이 빚어진 데 이어, 17일에는 김천 터널에서 KTX열차가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토부와 코레일은 "차량 운행을 줄이면서 정비를 강화하고 있는데 왜 자꾸 이런 고장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장들이 짧은 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대부분이 복잡한 부품결함에 있는 만큼 단기간에 사고를 근절하기 쉽지 않다"고 실토했다. 그는 "전자 장비는 고장이 발생해야 알 수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지난 15일 KTX-산천의 고장 원인인 변압기, 인버터 등을 전 차량에 대해 모두 교체한다 해도 다른 복잡한 컴퓨터 장치에서 앞으로 일어날 사고는 미리 점검을 철저히 해도 예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등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최근의 연이은 사고가 경영효율성을 내세운 정원감축과 정비, 보수업무 축소의 결과라며 이를 바로잡기 전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차량결함 문제가 부각된 KTX-산천은 제외하더라도 프랑스에서 도입한 차량도 노후화해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며"이 때문에 여러 차례 정비인력 확대 필요성 등을 제기했지만 경영진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이와 함께 철도공사의 '폐쇄적 시스템'도 사고원인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사고 후 대책수립을 위해 철도안전위원회 구성 등 민간참여 기구를 잇달아 발표했지만 철도 관련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등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사고발생의 책임을 조직차원에서 분석하기보다 개인에게 전가하는 풍토도 큰 사고를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백성곤 철도노조 대변인은 "사고가 발생하면 조직차원에서 시스템적으로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대부분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 징계를 하고 있다"며"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고 넘어가거나 임기응변으로 때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KTX-산천의 경우 문제 소지가 인정되는 부품은 제작사가 모두 교체토록 하고, 도입한 지 10년 가까이 된 1기 KTX는 올 9월, 내년 6월 식으로 부품 교체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