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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냐 철새냐

입력
2011.07.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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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가 추진하고 있는 '레일 바이크' 사업을 놓고 의왕 지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사업 찬성 측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조속 추진을 주장하고, 반대 측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열렸으나 고성이 오가는 등 자신의 주장만 고집, 아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레일 바이크는 2013년까지 276억원을 들여 왕송호수 주변에 길이 4km의 레일을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사업이다. 의왕시는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에 레일 바이크 사업이 포함된 철도특구 지정(부곡동 일대 2.29㎢)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사업 찬성 측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환경보호 보완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연간 80만~90만명이 레일바이크를 이용해 10년 뒤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회승 서울메트로 과장은 "호수 위를 횡단하는 노선, 도로보다 높게 운행하는 노선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노선을 변경했다"면서 "안양 학의천도 처음 정비를 할 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결국 새들은 돌아왔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복환 의왕도시정책과장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장대 레일과 우레탄 신공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김중영 코레일관광개발 곡성지사장은 "2005년부터 강원 정선ㆍ삼척, 전남 곡성에서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데 정선의 경우 지난해 35만명이 찾는 등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됐다"며 "의왕은 순환 노선이라 레일바이크를 200~300대까지 투입할 수 있는데다 수도권에 있어 경제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들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박종완 부곡동 방위협의회장은 "부동산 가격이 30% 이상 상승하고, 상가 권리금이 2배 이상 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의왕풀뿌리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수도권 최대 철새도래지인 왕송호수가 유원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엽한 사무처장은 "200~300대의 레일 바이크가 호수를 돌아다니면 새들이 모두 달아나고, 이는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8월 조류탐사과학관이 개관할 예정인데 새들이 쫓겨나면 과학관이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고 주장했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도 "오히려 왕송호수 주변에 메타세콰이어 등을 심어 수변 수림공간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대한 우려도 높다. 표도명 의왕시민모임 부대표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인근에 무분별하게 들어서 불륜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정금 오전동 주민은 "레일 바이크 4인 가족 탑승료가 3만2,000원으로 서민이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데 과연 의왕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볼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의왕시는 이미 사업 예산도 확보한 상태라 일부 보완을 한 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확인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환경보호에 대한 여론도 만만치 않아 주민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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