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는 기간이 유난히도 길었고, 강수량도 많았다. 17일로 사실상 막을 내린 장마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업종ㆍ품목별 희비도 사상 유례 없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7월 들어 보름 동안 지속된 장마와 폭우로 집에서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이 특수를 누렸다. CJ오쇼핑은 7월 1~14일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달 2일 방송한 '위닉스 제습기'는 1시간도 안 돼 준비한 2,000개 수량이 전량 매진되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 오픈마켓인 옥션은 이달 들어 매출액이 전년 동월비 17%나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7월은 휴가 시즌이 시작되므로 업계 비수기인데 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
반면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해야 하는 대형마트는 죽을 쒔다. 매출 증가률은 고작 5%대. 그나마 마트와 백화점은 "주말에 야외에 놀러가지 못한 사람들이 대신 쇼핑을 하러 나와 비수기에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대신 놀이공원과 물놀이시설 등은 주말에도 내린 폭우 때문에 입장객이 이달 들어 10~20% 급감했다.
품목별로는 계절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 대신 장마용품의 매출액이 급증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수영복이나 바캉스용품을 포함한 전체 스포츠용품은 매출이 전년비 4% 가량 줄었지만, 우산 비옷 장화 등 비 관련 용품은 3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장마기간 동안 우산과 장화가 전년 동기비 각각 125.6%, 107.5% 많이 팔렸으며, 제습제와 탈취제도 각각 39.6%, 28.8%나 판매가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장마가 길기도 했지만 올해는 이른바 '레인패션'이 유행하면서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전했다.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빙과류, 맥주류 등 계절 상품은 부진했다.
롯데마트의 7월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비 식품부문 10%, 비식품부문 1%로 식품부문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장마 여파로 멀리 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지난해에 비해 적은데다, 주말에도 폭우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하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옥션 관계자도 "장마 기간 동안 냉동식품 판매량이 40% 급증하는 등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슈퍼에서 최근 한 달 간 빙과 판매량이 11.8%나 줄어드는 등 계절식품은 큰 타격을 입었다.
외식업체들도 계절요리 전문점들이 울상이었다. 삼계탕이나 냉면 전문점 등은 장마에다 가격 부담으로 손님이 예년보다 줄면서 '초복'특수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반면 마트와 재래시장에서 3,000원대 할인가에 판매한 삼계탕용 영계는 불티나게 팔렸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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