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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군 수뇌부의 '의도적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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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군 수뇌부의 '의도적 결례'

입력
2011.07.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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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1~23일 열린다. 한국도 중국,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미국, 일본 등과 함께 포럼에 참석한다. 포럼의 주요 이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법 찾기다.

한국에도 남중국해 불개입 요구

중국은 ARF 개최에 앞서 미국은 물론 한국 등에까지 남중국해 불개입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천빙더(陳炳德)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11일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필리핀,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천 총참모장은 14일 김관진 한국 국방장관과의 회동에서 한중 문제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남중국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미국을 비난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한미동맹을 겨냥해 한국에게도 남중국해 분쟁에 있어 미국, 일본 편에 서서 괜한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사전경고로 해석된다. ARF를 앞둔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일견 낯설기도 한 남중국해 문제가 실질적으로는 한국 외교의 기회가 되느냐 아니면 위기가 되느냐의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펑황왕(鳳凰網) 등 중국 언론들은 ARF를 앞두고 미국이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등 동맹국들을 규합해 남중국해 갈등을 국제 문제로 확대해 중국의 입지를 제약하려고 한다는 우려감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남중국해 갈등이 중국과 아세안 국가의 영유권 분쟁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을 경유하는 전세계 70%의 항해권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전체 교역의 3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항해권은 그만큼 한국과도 연관이 깊다.

미국은 ARF 개최를 앞두고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메시지의 발표 방안을 최근 한국과 일본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주저 없이 응할 방침이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중국해가 한미일 3국의 해상교통로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미국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의 긴장감에 우려를 표시하고 평화적 해결에 공동보조를 취하길 일본과 한국에 원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수뇌부가 한국 국방장관과의 공식회담에서 10분간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의도적 결례를 한 것도 이번 ARF에서 한미일이 공조해 공세를 취할 가능성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14일 "미국은 한국이 동조하길 원하지만, 한국은 그것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 대립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협력을 얻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이 미국 편에 설지 아니면 중국 편에 설지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의도적으로 물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은 이를 '외교적 결례'로 표현했지만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외교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한 중국식 일문일답을 한 것이다.

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한중 관계는 한층 다변적이고 역동적인 국면을 맞을 것이다. 소리만 요란하고 실질적 진척이 없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협력과 함께 치열한 산업경쟁이 격화할 조짐도 있다. 한미동맹관계와 북중혈맹관계 강화가 한층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향후 20년 동안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번 ARF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남중국해 해법 찾기에 동조함으로써 중국이 '한국은 역시 미국 편'이라고 판단하게 만들지 아니면 '그래도 한국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할지 한국 외교의 유연하고 감각적인 선택이 주목된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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