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변신해 로봇이 된다.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고 로봇끼리 합체도 한다. 슬플 땐 눈물까지 흘린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나오는 로봇 이야기다. 현실 속 휴머노이드 로봇은 2000년대가 돼서야 비로소 달리기 시작했다. 1973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와봇'이 개발된 지 30여년 만이다. 영화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로봇 분야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를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까.
모듈러 로봇 연구 활발, 트랜스포머 수준까진 글쎄
영화 속에선 자동차를 포함한 여러 기계가 눈 깜짝할 새에 로봇으로 변한다. 이에 대해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장은 "로봇이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각 기계마다 쓰이는 부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 단장은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찰나에 자동차 부품의 구조와 특성이 로봇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모듈러 로봇'이라 불리는 다른 형태의 변신로봇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이 로봇은 레고 블록처럼 크기가 작은 로봇(모듈)이 결합해 하나의 큰 로봇을 이룬다. 작은 로봇들은 상황에 따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헤쳐 모여 다양한 모양이 된다. 김문수 KIST 지능로봇사업단장은 "빨리 이동할 때는 작은 로봇이 바퀴모양으로 합쳐져 굴러가다가 좁은 구멍을 만나면 길쭉한 뱀이 돼 통과하는 식"이라며 "이런 로봇 개념은 1980년대 말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모듈러 로봇은 35종.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연구진은 작은 로봇들이 모여 의자가 됐다가 때로는 밥상, 책상으로 변신하는 가구형 변신로봇 룸봇(Roombot)을 최근 공개했다.
로봇과 자유자재로 대화 2030년 가능할 수도
노란색 스포츠카가 변신하는 범블비는 주인공의 기분을 알아채고 때때로 울기까지 한다. 사람의 감정을 로봇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는 현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진 의도적으로 과장된 얼굴 표정을 지어줘야 알아채는 수준이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뇌파, 생리신호, 피부색 변화 등 다른 생체반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령 사람이 흥분하면 피부색이 붉게 변하고 심박동 수가 빨라지는데, 이런 변화를 로봇이 감지해 사람의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유 단장은 "다양한 정보를 모을수록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판단하는 게 정확해진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기쁨 분노 등 16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 '넥시'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눈썹 위치, 눈과 입술의 모양을 바꿔가며 감정을 나타낸다. 그러나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 단장은 "현재는 한정된 주제 안에서 '오늘 날씨 어때' 같은 단순한 대화를 하는 수준"이라며 "트랜스포머가 어른이라면 지금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막 말을 뗀 2~3세 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미래학자들이 2030년경 기계의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어 로봇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게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소형 핵융합장치를 동력원으로
로봇과의 대화가 가까운 미래라면 트랜스포머를 움직이는 동력원 개발은 그 보다 먼 미래다. 국내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2는 전기배터리로 움직인다. 무게가 45㎏로 가볍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게가 수 톤인 트랜스포머가 달리고 싸우려면 출력이 훨씬 큰 동력원이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동력원으로 꼽히는 건 태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인 핵융합 반응이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충돌시켜 두 수소의 원자핵이 합쳐질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운영사업단장은 "중수소 200㎏과 삼중수소 300㎏을 반응시키면 원자력발전소에서 1년간 생산하는 에너지 얻을 수 있다"며 "2040년경 핵융합로가 완성되고 그 이후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대형 로봇이나 우주비행선의 동력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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