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주 초(11일) 세종시 이전대상 부처 인사과장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서울에 남는 부처로 옮겨가려는 공무원이 급증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행안부는 "전ㆍ출입 희망자를 모두 파악해 연결시켜 보자"는 의견을 냈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사 수요를 파악하는 순간, 전출 희망자가 쓰나미처럼 쏟아질 게 뻔하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세종시 이전대상 부처 직원들간에 인사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세종시로 내려가는 부처의 인사담당 부서는 인력유출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럴수록 서울에 남으려는 직원들의 탈출작전도 치밀해지고 있다.
전출 엑소더스, 대책이 없다
지난달 통일부의 7급 전산직 모집공고에는 2명 모집에 17명이 몰렸다. 공무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자리여서 예년 같으면 미달사태로 곧잘 재공고가 붙던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세종시 이전예정 부처는 물론, 이미 대전으로 이전한 기관 소속 공무원들까지 대거 몰려 들었다. 통일부는 서울에 잔류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서 근무하던 7급 공무원 정모(32)씨는 올해 3월 서울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행안부가 마련한 공무원 인사교류 웹사이트 '나라일터'에 2~3개월간 매일 접속해 간신히 자리를 찾았다"며 "도시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세종시로 이전하면 주거ㆍ자녀교육ㆍ근무여건 등 뭐 하나 생활이 나아질 게 없어 보였다"고 토로했다.
가족 이별을 막기 위해 간혹 역으로 세종시행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잔류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7급 공무원 A씨는 지난 4월 남편이 근무하는 기획재정부로 옮겼다. 9살, 6살 두 아이 때문에 '두 집 살림'이 어렵다고 보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A씨는 "업무 공백 때문에 방통위에서 전출을 만류했지만, 국가정책에 따른다는 점을 내세워 겨우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방행이 확정된 일부 국책연구기관 등은 조직 와해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오송으로 청사를 옮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8~2010년 정규직 퇴사자만 120명에 달했고, 특히 지난해엔 석ㆍ박사급 계약직을 포함해 250여명이 조직을 떠났다.
올 들어 박사급 3명이 '민간행'을 택한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더욱 동요가 클 텐데 이탈을 막을 인센티브를 주려 해도 예산제한에 걸려 쉽지 않다"며 "퇴직 수요를 생각해 평소 직원을 더 많이 뽑아두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재정부는 최근 금융위원회 전출을 원하는 사무관이 속출하자, 올 하반기 금융위가 예정하고 있는 5~10명 가량의 사무관 모집공고를 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 관계자는 "행시 재경직 1등의 지원부서는 늘 재정부였는데, 앞으로는 금융위가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부처 한 간부는 "정부 차원의 인력유출 대책을 계속 건의 중이지만 반응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집단이주' 부작용 우려도
세종시 이주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우선 가족을 놔두고 혼자 내려갈 경우의 경제적 부담. 국토부 유모(49)씨는 "전세나 월세를 얻어야 하는데 대출이자, 생활비 등으로 최소한 한 달에 100만원은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형 분양아파트만 짓지 말고 혼자 세종시로 오는 공무원을 위해 서울의 독신공무원 임대아파트처럼 맞춤형 숙소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퇴근 희망자도 상당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모험이 될 전망이다. 작년 말 충북 청원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B씨(38)는 벌써 8개월째 매일 4시간씩 들여 경기 일산에서 출퇴근하고 있지만 생활이 엉망이다. KTX 정기권 할인을 해도 차비만 한 달에 40만원이다. 그나마 서서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는 "간혹 회식이라도 있으면 아예 회사에서 자는 날도 많다"고 전했다.
자녀 교육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초ㆍ중ㆍ고교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변변한 대학도 없어 자녀들이 이주를 반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모(49)씨는 "내년 말이라고만 했지 불투명한 게 너무 많다"며 "정확한 이전 시기와 이ㆍ정주 지원방안 등을 확정해 공무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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