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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국의 잡스'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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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국의 잡스'는 불가능한가

입력
2011.07.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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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different' 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신이 창업한 애플사의 경영 일선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의 연이은 성공이라는 놀라운 신화를 일구어냈다. 2010년 애플의 아이폰은 단 하나의 모델로 미국 스마트 폰 시장의 28%를 점유하는 실적을 올린 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수십 개의 모델을 가지고도 애플보다 못한 실적을 올려 아쉽게 느껴진다. 이러한 애플의 신화는 스티브 잡스 한 개인의 비전과 창의성이 만들어 낸 것으로 그가 새로운 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에 가능했다.

잡스 이외에도 하버드대 기숙사의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의 5억 이상이 가입해 소위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까지 모두 개인의 비전과 창의성에 의해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모두 대학 중퇴자라는 공통점 또한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준비하기 위해선 과연 어떤 점들이 이들로 하여금 괄목할 만한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 내게 만들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하루 평균 7시간 50분, 1주일에 평균 50 시간을 공부에 쓴다고 한다. OECD 평균인 주당 34시간과 비교하면 16시간이나 더 많이 공부하는 셈이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하루 평균 5시간 20분을 공부하는 데 비해 막상 우리나라 학생들과 학업성취도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수의 한국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학원 등 사교육에 보내면서 정작 학교 수업시간에는 '이미 학원에서 다 배운 것'이라며 엎드려 자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이미 많은 시간을 사교육에 할애하기 때문에 정작 배운 것을 스스로 되새겨 볼 시간도 없고 결국 어설프게 아는 것으로 끝나게 되어, 초등학교 및 중고교 12년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지식에 대한 호기심마저 거세된 채 단답형 인간으로 성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운명이 된 듯하다. 호기심이 있어야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고 또한 본질을 꿰뚫을 수 있어 남들이 가지지 못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인질 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사교육으로 인해 본질에 대한 이해보다는 수능에서 일점이라도 더 얻기 위한 암기학습 기계로 변신하고 만 셈이다.

지난 30년을 돌이켜 보면 약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기술 플랫폼이 나타나 사회와 비즈니스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성공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패배해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잡스, 주커버그, 게이츠는 모두 새로운 기술 플랫폼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술적 변화가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Think different' 는 습관적 사고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남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 '차이'는 곧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강남의 유명한 모 입시학원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평가 지표가 되어야 우리나라에도 잡스와 같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인재가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우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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