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권재진(58)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상대(52)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해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야당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권재진 법무부 장관 카드'를 고수한 것은 측근들을 전진 배치해 친정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임기 말에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김두우 홍보수석은 "권 법무 장관 후보자는 정책 판단과 분석력, 대외조정력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검찰 안팎으로부터 실력과 신망을 인정받는 검찰 내 대표주자"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17명의 각료 중 청와대 참모 출신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김성환 외교통상부, 맹형규 행정안전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5명이다. 이번에 권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전체 각료의 3분의 1을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들이 차지하는 '수석비서관 내각'이 된다. 여기에 한나라당 의원인 이재오 특임,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합치면 전체 각료의 절반 이상을 이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여당 인사들이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면서 임기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정운영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사정 라인에 측근인 권 수석과 고려대 출신의 한 지검장을 배치한 것은 공직사회 기강을 잡아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검사들의 반발과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 등은 검찰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으로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대구∙경북(TK) 지역 출신이거나 고려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원세훈 국정원장과 이현동 국세청장은 각각 경북 영주와 경북 청도 출신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부산 출신이지만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른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 인맥 가운데 '고영' 라인이 중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권 수석을 차기 법무 장관으로 기용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6 개각 때도 '권재진 법무 장관' 카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권 후보자는 2009년 9월 민정수석에 임명돼 2년여 동안 이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 했다. 또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권 후보자의 부친은 같은 회사를 다녀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누나' '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법무장관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를 지내면서 거액을 벌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의 벽을 뛰어넘을 인재풀이 극히 협소하다"고 말해 '대안 부재론'으로 권 후보자 내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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