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도 짧은 여름이 찾아왔다. 담자리꽃나무와 두메자운 노랑만병초와 개감채 등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들꽃이 화원을 이루고 있다. 삭풍을 이기고 짧은 기간 재빨리 결실을 맺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췄다. 천지로 내려가는 경사면을 따라 핀 꽃들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신령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백두산을 오가면서 압록강 너머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북한 땅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날로 화려하고 풍족해지는 중국과 비교하면 헐벗은 북녘 산하는 더욱 초라해 보인다.
(사진1 위부터)중국 지안(集安)시 압록강변에선 고무보트가 부지런히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데, 맞은편 만포시의 민둥산은 장맛비에 쓸려나간 생채기가 뚜렷하다. 위화도의 빛 바랜 살림집은 단둥(丹東) 시민들의 조롱 섞인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는 언제 끊어질지 모를 실핏줄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백두산·단둥·지안=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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