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에르난데스 HP 부사장 "나는 로비스트 한국 관료들과 동반성장 논의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에르난데스 HP 부사장 "나는 로비스트 한국 관료들과 동반성장 논의했죠"

입력
2011.07.14 17:34
0 0

로비스트. 특정 단체나 기업,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정책이나 국회 입법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통칭한다. 우리는 로비스트 하면 정치적이고 음험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도 있지만 박동선, 린다 김 사건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비스트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와 달리 로비활동이 합법화된 미국은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에 소속된 수 많은 로비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실제 모습도 영화나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다.

엘리자베스 에르난데스 미국 HP 부사장. 그의 공식 직함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정부관계(Government Affairs) 담당이다. 쉽게 말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업체인 HP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다. 12일 입국해 14일 떠난 그를 단독으로 만나 세계적 IT 기업의 로비스트는 어떤 일을 하는 지 알아 봤다. 아무래도 업무 특성 상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필리핀 출신의 아담한 여인인 에르난데스 부사장의 첫 인상은 로비스트라기보다는 교수처럼 보였다. 편안한 인상에 논리 정연한 말솜씨가 그랬다. 하지만 이런 인상과는 달리 그는 워싱턴 정가에서 알아주는 대정부 전문가다. 프랑스와 루마니아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1987년 필리핀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아메리칸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다. 이후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미국-아시안 사업 협의회, 워싱턴DC 무역협회 지부장 등을 지내며 정부 관계자들과 인맥을 넓혔다.

그가 로비스트로 본격 활동을 한 것은 2005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앤클라크(GSK)의 대정부 업무를 맡은 것이 계기였다. 제약 회사 특성 상 로비 업무가 많았던 그는 이 시기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GSK에서 보여준 활약 덕분에 그는 지난해 8월 HP로 옮겼다.

HP가 미국 로비활동공개법에 따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HP는 미국에서만 국가대외무역위원회(NFTC), 공화당, 기술CEO 협의회 등에 로비 활동으로 약 30만 달러를 사용했다. 해외에서의 지출 내역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HP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왜 HP 같은 기업들은 로비스트가 필요할까. 에르난데스 부사장은 "정부와 사업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정부 담당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회사 입장을 충분히 알리고, 공공정책에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뿐 아니라 특정 국가 정부가 자사 제품을 구매하게 하고 이를 제 3세계 국가에 무상 제공하는 데도 간여한다.

현재 그의 주요 임무는 아시아 각국의 정부 고위직을 만나는 것. 13일에도 우리나라 장관급 인사 2명을 만났다. 그는 "누구인 지 밝힐 수 없다"며 "어디를 가든 정부 핵심 인사들을 만난다"고 설명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그는 "대기업의 협력으로 중소기업을 발전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즉 동반성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방한 해 정부 관계자들과 같은 주제를 놓고 논의한 적이 있다. HP가 보유한 생산성 향상 솔루션, 인재육성 및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정부나 대기업이 동반성장 프로그램에 활용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어찌됐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 상 로비 또한 사업의 연장선인 만큼 선의로만 해석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에르난데스 부사장은 "내가 하는 일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즐거운 일"이라며 "대체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성취감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로비스트의 일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에르난데스 부사장은 지난 일들을 "대부분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 곤란한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이겨 낸 힘은 일에 대한 열정과 주변 사람들이다. 그는 "열정을 갖고 일하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며 "더불어 존경할 만한 사람과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에르난데스 부사장은 로비스트를 해볼 만한 일로 꼽았다. 성공했을 때 짜릿한 희열 또한 어려움 못지 않게 크기 때문이다. 과연 로비스트로서 성공이란 무엇인 지 물었다. 그는 "정부가 어려운 순간에 제가 몸 담고 있는 기업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그래서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