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가방 '버킨 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15일 가격인하를 단행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유럽 명품 브랜드 중 처음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다. 대표 제품인 클래식 캐비어 가방에 대해 지난해 7월과 올 5월 연속으로 25%씩 가격을 인상해 '사재기'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던 샤넬도 "본사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앞으로 수입 명품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15일부터 품목별로 3~10% 가격을 내린다. 대상은 액세서리류를 제외한 잡화ㆍ신발ㆍ의류ㆍ스카프 등이다. 이에 따라 에르메스의 베스트셀러 상품인 버킨25 핸드백의 경우 가격이 1,236만원에서 1,199만원으로 3%, 캘리 35는 988만원에서 929만원으로 6% 각각 내려간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프랑스 본사에서 한-EU FTA를 고려해 가격 인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샤넬 관계자도 "본사에서 FTA의 관세 철폐 효과에 따라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떤 품목을 얼마나 내릴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EU FTA 체결 후에도 계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비난을 받아 온 명품 업계에서, 그 것도 가장 고가 제품을 내놓는 에르메스가 가격 인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우리야말로 프랑스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진짜 명품"이라는 점을 홍보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EU FTA로 관세 철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제품 생산지와 수출 선적지가 모두 유럽이어야 한다. 에르메스와 샤넬은 프랑스에서 생산해 선적하므로 이 조건에 해당된다. 하지만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생산은 되지만, 홍콩이나 스위스 등 비 EU 국가에서 선적되기 때문에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없다. 결국 에르메스가 "나만이 진짜 명품"이라고 알리는 방편으로 명품 브랜드로는 극히 드문 가격 인하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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