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14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제3자인 미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총참모장은 우리의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보다 격이 낮다.
천 총참모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김 장관을 만나 가벼운 덕담을 건넨 뒤 작심한 듯 바로 이날 중국 방문을 마치고 한국을 찾은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을 거론했다. 그는 “멀린 의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난사(南沙) 4도 문제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미국이 베트남, 필리핀과 군사훈련을 크게 했었는데 이는 난사 4도에 개입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주변국 사이에 분쟁이 생길 때 미국이 그런 나라들과 군사 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다짜고짜 미국을 비판했다.
비록 난사군도 문제를 지칭했지만 지난해 천안함 피격 이후 서해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순간 김 장관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천 총참모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 말투로 “미국 사람들과 무슨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과 미국도 동맹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면서 “패권주의는 항상 패권주의에 맞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데 미국이 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멀린 의장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천빙더 총참모장에게 말해줬고, 나도 (멀린 의장으로부터) 총참모장을 소개받았다”면서 “한중미 3국 사람들이 서로 좋게 방문하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 동북아 안보가 잘 될 것 같다”고 점잖게 반박했다.
김 장관은 이어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우리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이들 사건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측이 외교적 무례를 범했지만 분위기에 말릴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장관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 장관은 “한국과 중국(해군)이 수색구조훈련을 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고, 인사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천 총참모장은 “한국 해군 함정이 중국을 방문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김 장관은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베이징과 선양 총영사관에 있는 (탈북)국군포로 가족 5명을 한국으로 송환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시 부주석은 “관계 부처가 한국정부와 연락을 유지해 가면서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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