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원노조와 체결할 단체 협약에는 당초 교섭 사항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됐던 교원평가제, 고교선택제 등은 빠졌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섭불가 사항이라고 정한 인사와 교육정책, 학생인권 등 제3자와 관련된 사항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
대표적인 조항이 초중등 학습지도안이다. 교사가 (학교장의) 결제를 받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학습지도안을 작성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학교가 교과(군)별 수업시수를 20% 범위 내에서 증감 운영할 경우 교육청이 교과간 균형이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막거나 방과후 교육활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조항도 이에 속한다.
협약 단체 중 하나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김용선 정책실장은 "방과후 학교와 자율학습 등은 교사들의 근로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강제자율학습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도 생겨나는 마당에 이 같은 조항을 넣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맥을 같이하는 학생(학교)생활규정 제·새정 시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조항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김 정책실장은 "(체벌금지 등으로) 생활지도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이 역시 교사들의 업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교원노조 등은 교과부와의 충돌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이러한 조항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 협약 체결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에 참여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교원노조가 요구한 367개 조항 가운데 교육청은 당초 교과부 지침에 따라 103개 안건만이 교섭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교조 등은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에게 조항의 법리적 검토를 맡겼고, 상당부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용부의 권고와 교과부의 지침은 교원노조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내용이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일부 안건을 추가, 187개 조항이 최종 협상안에 담기게 됐다.
교원노조 측은 이번 협약에 대해 교무행정 전담 인원을 1명 배치하도록 해 교사들의 업무를 덜어준 점을 최대 성과로 봤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원노조의 단체협약은 2004년 체결돼 2009년 6월 해지된 이후 교원노조의 창구단일화 문제로 공백상태에 있다가 2년여 만에 새로 체결된 것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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