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야당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한나라당 지도부에 통보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은 권 수석이 법무 장관 후보자로 발표될 경우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 작업에 나서기로 하는 등 여당 내부 반발이 확산될 조짐이어서 이 대통령이 사정라인 인사 방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권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려는 이 대통령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검찰총장 후보자 등에 대한 결심이 서면 14일이나 15일쯤 사정라인 인사 내용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13일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에게 권 수석의 법무 장관 후보자 내정 방침을 밝히면서 '여당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오찬 간담회에서 "권 수석의 법무 장관 기용에 대해 당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으므로 충분히 검토해 달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청문회를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고,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내정이 되면 홍 대표, 황 원내대표와 상의하겠다"고 대답했다. 황 원내대표와 원희룡 최고위원 등도 당내의 우려 분위기를 청와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검찰총장에는 한상대(52)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가운데 차동민(52) 서울고검장도 거명되고 있다. 한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했고, 차 고검장은 경기 평택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용될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에는 차동민 서울고검장이 유력한 가운데 경북 상주 출신의 노환균(54) 대구고검장과 서울 출신의 황교안(54) 부산고검장 등이 우선 거론되는 가운데 검찰총장 후보군 중 한 사람임을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참모로 있었다고 장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과거에 괜찮았던 법조인들은 대부분 로펌 변호사로 진출해서 전관예우에 걸리므로 인재풀이 굉장히 제한돼 있다"고 말해 권재진 법무 장관 카드를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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