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계가 초반부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7ㆍ4 전당대회를 통해 홍 대표가 당권을 잡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친박계가 전대 이후 홍 대표 체제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양측 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친박계가 가장 문제삼는 것은 최근 당직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홍 대표의 리더십이다. 홍 대표가 친박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한 것을 두고 "역시 믿기 어렵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 최고위원은 13일 기자와 만나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선 대표의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향후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계파 활동에 치중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홍 대표의 취임 직후 발언에 대해서도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가 계파를 없애겠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계파를 만들고 있다"며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드러난 홍 대표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일각에선 홍 대표에 대한 배신감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박계의 도움을 받고선 이제 와서 계파 척결을 외치며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전대 과정에서 밀어줬는데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홍 대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12일 발표된 당직과 관련해 3선의 김학송 의원과 초선의 현기환 의원이 중앙연수원장직과 노동위원장직을 각각 고사한 것도 이런 배경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두 사람 모두 경선 기간 유 최고위원과 함께 홍 대표를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이날 당직자 임명식에는 선임된 24명 중 16명만 참석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편 전날 당직 인선에서 제외된 제1사무부총장에는 친박계 재선인 이혜훈 이성헌 의원이 거론된다. 특히 이혜훈 의원은 친박계 핵심으로 '전투력'도 만만치 않아 김정권 사무총장을 견제하는 데 적임자라는 얘기가 많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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