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한나라당 내부에서 집단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쇄신파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 일부도 권 수석의 장관 기용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쇄신파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권 수석을 장관 후보자로 발표할 경우 당내에 연판장을 돌려 반대 서명을 받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후보자 내정 철회를 위해 여당 의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쇄신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의 한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내정 발표를 강행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쇄신파를 중심으로 의원들에게 연판장을 돌려 내정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한나라'소속 회원 44명 가운데 남경필 최고위원을 포함한 16명은 12일 오찬 모임을 갖고 권 수석의 장관 기용이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친박계도 '권재진 법무 장관' 카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지명의 적절성을 놓고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를 제외한 다른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집권 말 선거를 앞두고 측근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6년 참여정부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을 때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대했던 사실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 대표는 "법무부 장관은 독립된 수사권, 감사권을 가진 검찰총장, 감사원장과 달리 법무 행정을 하는 자리"라면서 권재진 법무 장관 카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남 최고위원은 적극적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유승민 나경원 원희룡 최고위원 등은 우려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열린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남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으로 민정수석이 거론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여당의) 많은 의원을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홍준표) 대표를 포함해서 극소수만 찬성하고 대부분은 반대한다"면서 "이것이 당심(黨心)이므로 대통령도 이런 점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스타일리스트는 (검찰총장으로) 곤란하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원 최고위원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에게 당내의 우려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도 연일 "총선과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법무 장관에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대로 된 나라 가운데 자신의 측근이나 비서를 법무 장관으로 기용한 사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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