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개정안 통과 이전 싸움이 백병전 양상이었다면 이제는 물밑에서 심리전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위한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氣) 싸움으로 비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비공개 자리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이던 6월 경찰은 사실상 음주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지지가 절실했던 경찰이 민심을 잃지 않으려 단속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 한 달 전국에서 2만3,278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적발 건수(2만7,187건)에 비하면 4,000여건이 줄어든 수치. 그러나 적발 건수가 소폭 줄었다고 해서 경찰이 단속에 손을 놓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도 다르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사의 '비위 사실'을 귀띔했다. "검찰 간부가 업무 시간에 해경 헬기로 관할구역 밖인 독도 투어를 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5월 26일 춘천지검 강릉지청 관계자는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강릉지원 관계자 등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의 비방도 역시 근거가 불분명했다. 이원일 동해해경청장은 13일 "독도를 관할하는 동해해경은 강릉지청의 관할 구역에 있는 기관인 만큼 업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대했다"고 말했다. 업무의 연장선상이었다는 것이다.
검ㆍ경의 이전투구는 일선 수사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서울 서부지검과 마포경찰서의 실랑이가 대표적이다. 마포서에 따르면 5월8일 우모(82) 할머니는 세 들어 살던 집에 불이 나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우 할머니는 "부엌에 촛불을 켜놨는데 방에서 나와보니 불이 나 있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실수로 불이 났을 개연성이 크다고 봐 검찰에 내사 종결 의견을 냈다. 우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고 집주인도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 후 입건해 송치하라고 지휘했다. "실화 자체가 중한 사안이고 피해자의 진술조서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 사이 우 할머니는 지난달 22일 폐렴으로 숨졌다. 검찰은 그러나 우 할머니가 숨진 이후에도 "공소권 없음 처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입건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경찰은 "공소권 없는 사망자를 입건해도 실익이 없다"며 버티다 13일 송치를 결정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은 "검찰과 경찰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양측의 행태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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