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무슨 뜻이냐고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냉소적인 비난 같기도 하고, 뭔가 지시를 내리는 것 같기도 해서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당사자도 경어가 아니라서 기분 나쁠 수 있지만, 한가지 훈수 좀 두려고 명령형으로 썼다.
7월4일. 시작은 창대했다. 계파 활동자들은 공천에서 배제하고, 호흡이 맞는 사무총장을 임명해 상향식ㆍ개혁ㆍ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호언했다. 또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을 보호하겠다고 잔뜩 큰소리를 쳤다. 호기로운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턱 밑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공천 문제 언급에 반발했고, 사무총장 인선에서는 유 최고위원에 이어 원희룡 최고위원마저 홍 대표의 '사당화(私黨化)'라고 비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12일 임명된 일부 중하위 당직자들은 당직 거부를 선언했다. 홍 대표가 찬성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 카드는 남경필 최고위원 등 쇄신ㆍ소장파가 달려들어 반대했고, 이런 분위기는 확산 일로다. 이밖에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큰절,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한 '형님'호칭 등도 외부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이 정도면 가히 '사면반홍가(四面反洪歌)'수준이다. 단 9일이 흘렀을 뿐인데 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홍 대표가 직계 총장을 만들겠다고 당 전체를 이토록 소란스럽게 만든 데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일 홍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탕평을 외치면서 총장 문제에 타협의 정치를 했으면 어땠을까. 그 이후 친서민 행보에 적극 나섰다면 곳곳에서 칭찬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초장부터 리더십 확보에 실패한 홍 대표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고위원들의 행태도 비판 대상이다. 전당대회 승자를 놓고 흔들어대는 모양새는 게임 결과의 불복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사실 총장 인선 반대의 이면에는 자파 세력 공천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반응도 나오는 판이니까.
그러니 이젠 모두 자제할 때다. 홍 대표가 계속 흔들려서야 어떻게 정치의 계절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만에 하나 그가 중도하차라도 한다면 재선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나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홍 대표에게도 총장 인선이 마무리됐으니 당초 목표대로 친서민 탈계파를 향해 전국을 누비라고 말하고 싶다. 뛸 수 있는 여건은 일단 조성됐으니까, 당원들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부여한 권한을 마음껏 활용하란 뜻이다. 그래야 지지도 늘고 리더십도 선다.
7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다 '차떼기 당'이란 오명을 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박근혜 당시 대표는 취임 첫날 천막당사로 출근했다. 그리고 총선을 그곳에서 끝까지 치러냈다. 결연한 모습에 많은 박수를 받았고, 당과 한 몸이 된 정점의 리더십은 그렇게 형성됐다.
리더십은 일관성에서 나온다. 홍 대표가 친서민 탈계파를 위한 일관된 모습으로 당 안팎을 헤집고 다녀야 자신도 살고 당도 산다. 그러면 마음 속에 담아둔 공천 개혁도 가능해진다. 내년 총선 승리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홍 대표, 그런 초심을 유지한 채 마음대로 뛰어 보시오. 그게 당선된 이유니까"
염영남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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