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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보도 2.8㎞ 걸으며 출퇴근 해요" 국내서 가장 긴 시청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장맛비로 이용객 2~3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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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보도 2.8㎞ 걸으며 출퇴근 해요" 국내서 가장 긴 시청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장맛비로 이용객 2~3배 늘어

입력
2011.07.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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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종일 오락가락한 11일 오후 5시40분. 서울 시청역으로 내려가자 물에 젖은 우산을 든 사람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시청역 1호선 역사 쪽에서 '서울광장 지하쇼핑센터'라고 써 있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에서 출발하면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2.8㎞를 지하로 걸어갈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지하보도의 시작점이다.

수유실이 있는 여성휴게실과 대학정보 게시판을 지나자 을지로입구역 안내판이 나타났다. 을지로입구역 쪽에서 시청역으로 걸어오던 직장인 김인우(27)씨는 "근무지에서 본사로 가는 길"이라며 "날씨가 좋을 때는 밖으로 다니는데 오늘처럼 비가 오면 지하보도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3가역 방향으로 가니 지방특산물 홍보관이 줄지어 있었는데 대부분 점포가 문이 닫혀 있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수지가 안 맞아 폐점한 곳이 많은데 시에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재임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을 연 정읍 농특산물 판매점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대규(59)씨는 "비가 오는 날은 지나가는 사람이 평소보다 두 세 배 정도 늘어난다"며 "한 여름 낮에는 햇볕을 피해 지하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을 지났을 때 전문 트레킹화를 신은 중념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 갔다. 을지로입구에 있는 직장에서 퇴근하는 길이라는 위계준(46)씨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걸어간다고 했다. 그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5년 전부터 지하보도로 걸어서 출ㆍ퇴근하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며 "신호등이 없어 빨리 걸으면 25분쯤 걸린다"고 말했다.

지하보도 중간중간에 자동판매기 크기의 공기청정기가 놓여 있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시청역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46개의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65.3㎍/㎥, 최저 39.3㎍/㎥로 지난해 서울시 평균 미세먼지 농도(48㎍/㎥)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하보도를 걷는 도중 지하철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발 밑에 진동을 남기고 멀어져 갔다. 이 지하보도는 1983년 9월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할 때 방공호 용도로 만들어졌다. 지하상가 개장 초기 상점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점차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상권은 쇠락해가고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가까워오자 운동용품을 파는 상점들이 보였다. 이곳에서 스포츠 의류를 팔고 있는 황모씨는 "비가 오면 사람이 많아지긴 하는데 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지 쇼핑객은 아니다"라며 "날씨가 안 좋으면 매출이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호선 개찰구에 도착한 시간은 57분이 지난 오후 6시37분. 몇 차례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온 예상시간(43분)보다 더 소요됐다. 승강장으로 내려가 시청역 방향 열차를 타니 10분 만에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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