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엄마 대신 목수인 아버지 손에 자란 기철과 미정 남매. 그런데 2006년 아버지가 손목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장남인 기철은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아버지는 끝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는 이제 두 남매만 남았다. 14일 밤 11시 40분 KBS1에서 방송되는 '현장르포 동행'에서는 부모 없는 집안에서 갖은 난관을 따뜻한 가족애 하나로 헤쳐 나가는 젊은이들에 동행했다.
가정을 책임진 기철은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올해 자동차관련자격증을 딸 수 있는 산업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올해 22세의 기철에게는 공부도 어렵고, 5살 어린 학우들과의 적응도 힘들다. 하지만 희망 하나를 붙잡고 오늘도 이를 악 문다.
월세 15만원의 낡은 집이지만 1년 반 전부터 미정의 단짝 친구인 진주도 함께 살고 있다. 일찍이 부모님을 잃고 보살펴주시던 친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홀로 남은 진주에게 기철과 미정이 함께 살자고 제안한 것이다. 기철과 미정 그리고 진주는 외로움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는 가족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미정과 진주는 하키 선수로 뛰고 있다.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운동을 하고 있다. 팀내 유망주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어려운 생활 탓에 잘 먹지 못해 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12일에는 한국 중고연맹 하키 대회가 있었다. 기철은 미정과 진주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세상의 높은 벽들을 헤쳐나간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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