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13일 오찬 회동은 상견례에 그친 모양이다. 오찬 후 이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의 40여분 독대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찬은 그야말로 서로를 격려하는 의례적인 자리였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4ㆍ27 재보선 참패 이후 새롭게 꾸려졌기 때문에 국정 운영과 당청관계에 대해 예민한 얘기를 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남경필 최고위원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이의를 제기한 것 외에는 눈길을 끄는 내용은 없었다.
사실 새 지도부가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면서 무거운 주제만 다루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덕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의 성공적 개최 다짐 등이 훨씬 자연스럽게 어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실업, 반값 등록금, 천문학적 가계부채 등 조속히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하하, 호호'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홍 대표가 취임 후 '당 우위론'을 설파했던 점을 상기하면 최소한 당정, 당청관계에 대한 논의가 좀더 진지하게 이루어졌어야 했다. 물론 "내년 총선, 대선을 고려, 당이 전면에 나서겠다"는 얘기도 있었고, 이 대통령이 "당정 협의를 긴밀히 하는 게 좋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집권당 지도부의 만남이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정치행위라는 점에서 이 정도 논의는 너무 밋밋해 보인다.
특히 권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에 대해선 새 지도부가 당내 의견, 여론 등을 진솔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삼권분립과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이라는 반박이 있지만,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통할하는 법무장관의 특수성 때문에 신중한 인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보다 묵직하게 제기됐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결정 전에 홍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흐름으로는 의견 수렴보다는 사전 통보에 가까울 것 같다. 따로 있을 때 큰소리 치지 말고 만났을 때 충분히 논의하는 게 균형과 협력을 지향하는 당청관계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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