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7월 13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7월 13일

입력
2011.07.12 17:30
0 0

몸 속에 바다가 2%쯤 부족할 때 장맛비에 젖다 보니 몸에서 짠맛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런 컨디션을 바다의 식도락가는 '몸 속에 바다가 2%쯤 부족한 상태'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2% 부족한 바다를 채워 넣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달려가지 않는다.

바다의 식도락가라면 부족한 바다를 채워 넣기 위해 어시장에 가서 돔베기를 사와 입맛이 원하는 대로 바다의 맛을 선물한다. 안동 가서 헛제삿밥을 먹어봤다면 산적반찬 속에 굵은 손가락 하나 크기의 돔베기 산적을 당신도 맛보았을 것이다. 돔베기는 상어고기의 경상도 지역 탯말이다. 그렇다고 상어를 통째로 파는 건 아니다.

상어몸통을 원하는 만큼 반듯하게 잘라서 판다. 이곳에선 차례나 제사 때 적(炙)으로 빼지 않고 올리는 돔베기다 보니 어느 어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최고의 돔베기를 구하려면 부산의 부전시장에 가야 된다. 부전시장은'대한민국 돔베기의 1번지'다. 돔베기는 산적 만들듯이 후추, 참기름, 약간의 설탕을 넣은 간장에 졸여도 맛있고 소금으로 간해서 구워 먹어도 좋다.

매콤한 것을 좋아한다면 매운 양념해서 구워도 별미다. 단 돔베기는 국이나 매운탕으론 먹지 않는다. 구이전용이다. 졸이거나 굽다 보면 살이 약간 딱딱해지는데 그것이 돔베기의 맛을 결정한다. 모든 것이 젖어 있는 날 돔베기는 부족한 바다를 채워주는 좋은 맛이다. 바다가 그리운 사람들의 바다 맛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