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졌던 10대 청소년이 자신의 장기를 모두 기증해 꺼져가는 생명에 삶의 불씨를 심어주고 떠났다.
주대철(17)군은 이달 3일 오전 6시30분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쓰러진 뒤 의식을 잃었다. 사고 직후 주군은 조선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쳐 좀체 깨어나지 못했다. 이후 호흡기로 연명하던 주군은 결국 사고 6일만인 9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주군이 의식을 되찾아 다시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가족들에게 뇌사판정 통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가족들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고, 그런 가족들에게 주군의 아버지(46)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대철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자. 대철이도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줄 수 있다면 기뻐하지 않을까." 가족들은 회의 끝에 장기기증 결정을 내렸다.
주군의 아버지는 "더 많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게 아들이 바라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고, 가족들도 동의했다"며 "비록 육신은 죽었지만 대철이의 이름을 많은 사람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주군의 가족들은 뇌사판정 당일 주군의 심장과 간, 신장 2개, 각막 2개를 생면부지의 환자들에게 기증했다. 이 장기들은 조선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으로 보내져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