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판타지시대의 마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판타지시대의 마감

입력
2011.07.12 12:00
0 0

해리포터가 마침내 작별인사를 고한다. 소설로는 2007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을 끝으로, 영화로는 이번 주 동명의 작품으로 10여 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감한다. 그 동안 소설 7편은 전 세계에서 4억 부 이상이 팔렸고, 매 시리즈를 담은 영화는 10억 명이 훨씬 넘는 관객을 모았다. 성경이 역사상 최고 베스트셀러라곤 하나, 단위기간으로 따져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단연 해리포터 시리즈일 것이다. 개봉 전부터 쏟아져 나오는 평단의 극찬과 경이로운 예매율은 마치 삶의 한 시기를 떠나 보내는 세계인들의 경건한 이별의식처럼 느껴진다.

■ 해리포터는 실제로 역사를 만든 시대적 코드였다. 1997년 조앤 롤링의 첫 소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전 세계의 문화기류를 바꿔놓았다. 아스라한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어릴 적 동화 속의 마법과 환상의 세계가 현실에서 부활했다. 50년 전에 출간됐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2001년 영화로 재탄생한 데 이어, <나니아연대기>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판타지물이 이후 영화계를 휩쓸었다. 이 시기 한국에서도 이영도의 판타지소설 <드래곤 라자> 나 이우혁의 <퇴마록> 등이 기존의 정통문학을 압도했다.

■ 판타지는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초자연적, 비현실적 세계다. 어떤 기발한 발상도 완전히 자유롭거니와, 시ㆍ공간 따위의 제약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삶의 가치나 논리와 전혀 무관한 건 아니다. 해리포터를 비롯한 모든 판타지물은 공통적으로 선이 악을 이기는 구성이다. 비현실적 방법을 통해 도리어 현실적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판타지열풍을 시대분위기와 연결 짓는 시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세기 말의 암울함과 불안, 세기 초의 막연하지만 간절한 기대와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 아무리 꿈꿔봐야 현실은 여전히 완강하고 냉혹함을 새삼 절망적으로 깨닫게 된 때문일까? 마지막 해리포터의 장엄한 종결의식과 함께 이제 판타지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마크 트웨인의 말로 종언(終焉)의 아쉬움을 달랜다. "(그래도)판타지를 버리지 말라. 판타지가 없다 해도 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사족-그래도 영 아쉽다면 한문을 익혀 중국에 한번 가볼 일이다. <해리포터와 용쟁호투> 를 비롯, <해리포터와 황금거북> <해리포터와 지점토인형> 등 온갖 짝퉁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니까.)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