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조롱받는 처지가 됐다. 달러라는 무기를 갖고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더니 왜 빚더미 하나 해결하지 못하느냐는 비난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우리(러시아)는 기축통화를 찍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며 "미국을 봐라. 그들은 마치 훌리건(난동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총리가 문제 삼은 것은 지난달 종료된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QE2) 조치다. 미국은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하자 국채매입 등을 통해 달러를 시중에 푸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폈다. 결과적으로 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인플레이션은 부추겨, 미국이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자국 이익에만 매몰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푸틴 총리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독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은 돈 찍어내는 독점권을 100% 활용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러시가 미국처럼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재정적자로 떠안고 있다면 절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미국 고위 관리 면전에서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수뇌부 천빙더(陳炳德) 총참모장은 이날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과도한 국방예산 문제를 꼬집으며 미 경제에 훈수를 뒀다. 천 총참모장은 "미국이 금융위기에서 회복단계에 접어 들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도 엄청난 돈을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납세자들한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 동안 중국의 군비증강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미국이 정작 자신들의 부채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방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미국이 국방예산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또 이를 미국이 민생개선에 사용한다면 훨씬 더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러시아와 중국에게 수모를 당하고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의 재정적자 감축과 국가부채 한도증액 협상은 당파 논리에 휘말려 연일 평행성을 달리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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