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가 독하고 유별나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시간당 최고 50㎜ 안팎의 장대비를 쏟아 붓는가 하면 장마 기간 내내 쉴새 없이 비를 뿌리고 있다. 하루 걸러 가랑비를 뿌리던 전형적인 장마 패턴과는 많이 다른 양상이다.
강한 힘과 지구력 갖춘 슈퍼장마
올 장마는 시작부터 빨랐다. 1973년 이래로 가장 먼저 한반도를 찾았다. 제주와 남부지역엔 6월 10일 장마전선이 상륙, 평년(6월 19~23일)보다 열흘 이상 먼저 비를 뿌렸다. 중부 지역도 6월 22일 시작돼 평년보다 2,3일 앞섰다.
쉼 없이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장마전선은 장마 기간 동안 수 차례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지만 이번 장마전선은 태풍 메아리 때를 제외하곤 첫 발생 이후 그 세력을 꾸준히 유지하며 중부와 남부지역을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장마의 지구력은 강수일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장마기간(6월26~7월28일) 총 33일 중 서울 지역에 비가 내린 날은 18일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아직 20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15일이나 비를 뿌렸다. 작년 강수일수 55%에 비해 올해는 75%에 달하는 것. 장마가 다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올해 장마는 한번 내렸다 하면 물벼락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시간당 30㎜의 강한 폭우가 내린 횟수도 1981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인 52회. 역대 두 번째인 2006년엔 44회였다. 장마 개시 후 지난 10일까지 19일 동안 내린 강수량은 480.4㎜로 지난 30년간 평균 장마기간 강수량(357.9 ㎜)보다 120㎜가 더 많다. 역대 여섯 번째 장마 강수량 기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제트기류의 합작
'오래 가고 강한' 슈퍼 장마가 온 주 원인은 일본 동남쪽 해상에 위치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찍 북쪽으로 확장, 한반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은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가 북서쪽의 차갑고 건조한 고기압과 부딪치면서 형성되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떡 자리잡다 보니 장마전선도 그 사이에서만 이동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대기 10㎞상공에서 불어오는 제트기류가 수증기를 뽑아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하면서 다량의 비구름을 만들어 냈다. 특히 지난 9, 10일 주말 동안 남부지방에 내린 최고 400㎜ 이상의 집중호우는 대만해협의 열대저압부로부터 공수 받은 따뜻하고 습한 수증기가 한 몫 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물 양동이를 쏟아 붓는 수준"이라며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강수형태가 아열대지방과 비슷해지는 등 최근 들어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 언제까지 가나
이번 장마전선은 15일 이후 한반도를 벗어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려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세력을 드리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집중호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분석과장은 "장마 후에도 확장된 북태평양 고기압의 덥고 습한 공기와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 대기불안정에 의한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8월 말~9월 초 발생했던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가을장마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걸쳐 있으면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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