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에 정규리그 성적과 부정행위 여부를 반영해 구단의 활동무대를 1,2부리그로 분류하는 승강(昇降)제가 2013년 시즌부터 도입된다.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3년 승강제 시행 ▲K리그 대회 방식 전면 개선 ▲신인선수 선발 제도 조정 ▲선수 복지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승부조작 예방 후속 대책 및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정 총재는"2013년부터 K리그에 승강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며 "2012년 정규리그 성적부터 승강제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승강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운영되고, 별도 자격제가 도입돼 1부와 2부에 참가할 수 있는 클럽의 기준이 따로 마련될 예정이다. 승부조작 방지대책의 핵심은 승강제 도입이다.
왜 승강제인가
승강제의 가장 큰 장점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매 경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K리그에서는 시즌이 종반으로 접어들게 될 경우 하위권 팀에 대한 동기 부여가 쉽지 않다. 상위권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진출권 다툼이 벌어지고 하위권에서는 강등권 탈출을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유럽과 달리 순위에 따른 메리트를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는 16개 팀 중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6개팀을 제외하고는 최하위를 해도, 7위를 해도 현실적으로 차이가 없다.
하위권 팀이 맞붙을 경우 '그들 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되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승부 조작 세력이 파고 들 수 있는 틈이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승강제가 도입될 경우 하위권 팀에 '1부리그 잔류'라는 목표가 생긴다. '2부리그 선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고의적인 져주기가 연출되기 어려운 여건이 된다. 승강제가 승부 조작 방지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승강제, 2013년에는 무조건 실시
1부리그 하위 팀이 2부로 내려가고 2부리그 상위 팀이 1부로 승격하는 승강제는 프로축구 발전을 위한 이상적인 모델로 꼽혀왔다. 그간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2006년과 2007년 내셔널리그(실업리그) 우승 팀에 K리그 승격 기회를 줬지만 당사자들이 포기했다. 2006년 국민은행, 2007년 현대미포조선은 재정과 연고 이전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승격을 거부했고 이후 승강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유야무야됐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승강제 도입이 늦춰졌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실시해야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해 회원국들에게 승강제 실시의 데드라인을 2013년으로 통보했다. AFC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금지 등 제재가 따른다. AFC는 1부리그에 12개 팀을 두는 것을 요구하고 있어 현 16개팀중 4개 팀은 내년 시즌 성적에 따라 2부리그로 강등될 전망이다. 1부에서 강등된 팀에 내셔널리그 몇 개팀을 흡수해 2부리그를 구성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승강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1부리그와 2부리그 간에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2부리그로 추락하면 TV 중계권료, 광고 수익 등 금전적 손실이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리그도 1부리그 잔류의 메리트를 확실히 해야 '강등권 탈출을 위한 사투'가 보장된다. 1부리그와 2부리그 선수들의 연봉 하한선에 차별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1부리그로 승격하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다. 결국 승강제의 성패는 1부 리그에 얼마나 '당근'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계는 대부분 환영
K리그 일선 관계자들은 승강제에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하 대구 FC 단장은 "경쟁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죽기살기로 뛸 수 밖에 없다"며 "승강제가 도입되면 선수들이 승부 조작 등에 한눈 파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승강제 도입을 계기로 '적자생존의 논리'가 프로축구에 확실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K리그가 양적 팽창에 초점을 맞춘 결과 팬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서지 못했다.'소수 정예화'할 필요가 있다. 리그 수준을 떨어뜨리는 구단에 대해서는 과감히 메스를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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