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지역구인 민주당 중진들의 탈 기득권, 사지(死地)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그제 민주당의 3선 중진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ㆍ곡성ㆍ구례)이 내년 총선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전주 완산 갑에서 4선을 한 장영달 전 의원도 지역적 연고가 전혀 없는 경남 함안ㆍ합천ㆍ의령 출마 의사를 밝혔고, 정세균 최고위원(전북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은 당 대표 시절이던 2009년 4월 일찌감치 호남 불출마를 못박은 상태다.
서울 광진 갑 재선 의원인 김영춘 최고위원은 부산진갑 출마를 선언했고, 3선인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은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서울ㆍ수도권 지역구 진입에 집착하는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들과는 달리 송민순 의원은 고향인 마산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민주당 중진들의 이런 움직임에 무조건 박수를 치긴 어렵다. 당사자들은 순수성과 자기희생을 극구 강조하지만 공천 유ㆍ불리, 당선 가능성 등 현실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의적으로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선거제도를 훼손한다는 지적 또한 일리가 있다. 물갈이를 위해서라면 정계를 은퇴해야지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구차한 정치생명 연명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따갑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 일고 있는 호남 물갈이론, 수도권ㆍ영남권 차출론과 맞물려 큰 흐름을 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젊고 참신한 인재의 수혈을 통해 공천 개혁이 가능해지고, 야권 통합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한나라당에도 물갈이 압력으로 작용해 정치판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7ㆍ4 당 대표 경선 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최고위원(서울 양천 갑)은 어제 "자기 희생"을 주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혐오가 팽배한 상황이다. 정치판의 변화와 개혁, 지역주의 극복을 열망하는 국민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시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자명하다. 기득권을 버리고 사지에 뛰어드는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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