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이면 충분했다! 더반의 심금을 울리는데...", "평창 유치의 하이라이트는 개최지 발표 직전에 치러진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평창 유치단은 제대로 홈런을 날렸다." 2018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성공을 전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기사들은 연일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이번에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창 유치의 결정타는 투표 바로 직전에 이루어진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임을 알 수 있다.
스피치 능력 강화하는 선진국 교육
개인 간의 디지털 매체와 정보의 홍수로 특징 지워지는 정보화시대에는 특히 스피치와 발표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말 잘하는 사람 치고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식의 격언은 통하지 않는다. 도리어 말하기 능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말하기나 발표능력과 거리가 있을 법한 공대 졸업생들에게 '학교에서 꼭 배워서 졸업했어야 할 항목'을 조사했더니, '의사소통 능력'이 단연 1위로 꼽혔다. 미국에서는 이미 말하기 교육에 대한 논의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고,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주요 명문대는 물론 커뮤니티대(전문대)에까지 크고 작은 규모의 스피치와 토론 과목들이 필수과목으로 개설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유교적 문화의 뿌리와 말의 신중함을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관 속에서 말하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낮다. 최근 들어 여러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별도의 말하기 훈련 기관을 두거나, 말하기 관련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말하기 능력은 한 두 학기라는 짧은 시간에 길러지기 어려우므로 개인적,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말하기 교육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흔히들 말하기를 가르친다고 하면 말하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혼동한다. 그러나 말하기 교육은 기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으로부터 시작한다. 말하기에는 말하는 사람의 품성이 녹아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성이 제대로 서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하기, 감동을 주는 말하기를 할 수 있다. 둘째, 개인적 차원에서 말하기 교육은 어렸을 때의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이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허용적인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들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고, 사사건건 교훈적으로 가르치려 들면 아이들은 말문을 닫는다. 선진국에서는 가족 모임에서도 어린아이들에게 각자 한 사람씩 자기 의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하는 훈련을 자연스레 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넷째,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말하기 교육의 도입이 절실하다. 의사소통불안을 제안한 커뮤니케이션 학자 제임스 맥크로스키는 소통불안을 해소하고,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30명 정도의 소규모 수업을 통해 강사는 물론 동료 수강생들이 적극 참여해 함께 발표하고 피드백주기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대는 이러한 취지에서 30명으로 인원제한을 하는 '말하기와 토론' 과목을 수년전부터 개설하고 있다. 이 과목은 항상 수 초 내에 수강신청이 마감되고, 몇 학기 동안 수강신청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을 만큼 학생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말하기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과목들이 확산되고, 체계적인 과목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적인 관심의 확대가 필요하다.
초중등 단계에서부터 투자 돼야
많은 대학에서 이러한 말하기 실습 교육 전담 교수요원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명의 소규모 학급에서 말하기 실습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다수의 인력부터 배출하는 일부터 시작해 이러한 과목의 체계적 보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말하기 실습 교육은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보다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여러 선진국들의 말하기 교과과정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초중등교육에서 말하기 등의 의사소통 능력 강화를 위한 교육을 제안한 것은 적절한 방향이라고 여겨진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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