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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 유령'의 작가 강희진씨/ "2011년 버전 '광장' 쓰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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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 유령'의 작가 강희진씨/ "2011년 버전 '광장' 쓰고 싶었죠"

입력
2011.07.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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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인지, 새벽 4시인지 헷갈리는 PC방 폐인. 네댓 날 게임을 한 것 같은데, PC방 알바는 "한 달이 훨씬 넘었다"고 투덜댄다. 이쯤 되는 게임 중독자라면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뭉개진, 비몽사몽의 주인공이다. 더구나 그는 남과 북의 경계에 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탈북자.

2011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유령> (은행나무 발행)이 디딘 발판이 이 이중의 경계 혼란이다. 따로 보면 전통적 소재인 가상과 현실, 남과 북의 경계성 문제를 포개놓은데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추리 소설적 구성까지 접목해 독특한 이야기 구도를 만들어낸다. 작가 강희진(47)씨는"최인훈의 소설 <광장> 의 주인공 이명준(남북 경계에 선 인물)을 2011년 버전으로 써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계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강씨는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게 관심이 많았다"며 "특히 탈북자는 한국민주주의나 근대 국가 완성 등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소설의 한 축은 2004년 실제 화제가 됐던 리니지 게임의 '바츠 해방 전쟁'. 온라인 게임 내에서 소수의 고레벨 게이머들의 횡포에 분개한 다수의 저레벨 게이머들이 전투 능력치도 낮은 캐릭터들을 규합해서 1년 가까이 벌인 싸움이다. 개발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유저 스스로가 게임 내 전제 권력에 맞서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였다고 해서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작가는 이 바츠 해방 전쟁을 이끈 게임 속 영웅을 탈북자로 설정하고, 반란군의 노래로 '적기가'까지 넣는다. 주인공 '나'는 그러니까 혁명 영웅 쿠사나기, 현실의 룸살롱 삐끼이자 단역배우인 주철, 그리고 북한에서의 하림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게임 속 혈맹원들도 현실에선 노숙자나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거나 키스방에서 몸을 파는 탈북자들로 남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비루한 삶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가 인상적이다.

탈북자 사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뒤좇는 과정에서 추리소설적 긴장감이나 논리적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 하지만 "경계선의 생태 위기를 그만큼 웅숭깊게 환기하는 인물을 한국문학은 아직까지 배태한 적이 없었다"(문학평론가 우찬제)는 평처럼 작가가 창조한 인물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강씨는 "온라인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았고 탈북자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다"면서 "5년 정도 논문과 수기 등 자료를 수집하며 캐릭터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10년의 각종 문학상에 도전한 끝에 이룬 결실이다. 강씨는 "KBS '그 때 그 사람' 등 다큐 프로그램 작가로 일하거나 논술 강사를 뛰었다"며 "그간 써 놓은 장편소설이 5권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8년이 넘어가니 오기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겼다"며 "집필 동력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점에서 나도 작가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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