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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독한 근성이 '라이벌 벽' 넘었다/ US여자오픈 5승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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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독한 근성이 '라이벌 벽' 넘었다/ US여자오픈 5승 드라마

입력
2011.07.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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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ㆍ7,47야드). 우천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4라운드가 끝나고 합계 3언더파 281타로 동타를 이룬 유소연(21ㆍ한화)과 서희경(25ㆍ하이트)의 연장전이 시작됐다.

16번 홀(파3)에서 모두 파를 기록한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른 것은 17번 홀(파5ㆍ600야드). 직전 4라운드에서 1m 파 퍼트를 놓쳤던 기억 때문일까. 티박스에 올라선 서희경의 표정에 긴장감이 흘렀다. 4라운드에서 16번 홀까지 4타를 줄였던 서희경이 17번 홀에서 파를 성공시켰다면 그는 우승을 확정짓고 유소연과 연장전을 치를 필요조차 없었다.

서희경의 드라이버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4타 만에 그린을 밟은 서희경은 결국 보기를 적어냈다. 반면 유소연은 티샷을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보낸 뒤 2.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 해 KLPGA 상금 랭킹 4위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한 유소연은 미국 무대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하는 기쁨을 누렸다.

라이벌 유소연ㆍ서희경

유소연과 서희경은 서희경이 LPGA에 진출하기 전까지 국내 여자 프로골프의 양대 산맥을 이룬 라이벌이다.

아마추어 시절 경력은 유소연이 더 화려하다. 대원외고 1학년 때 유소연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청야니가 당시 대만 대표로 출전했지만 적수가 되지 않았다. 2008년 유소연은 여고생 신분으로 출전한 김영주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프로에서 유소연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넘지 못한 벽이 있었다. 바로 서희경이다. 2009년 유소연은 시즌 4승을 챙겼다. 그러나 같은 해 서희경은 5승을 올린 동시에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대상 수상을 휩쓸며 유소연을 훌쩍 앞서 나갔다. 2010년 유소연은 우승은 하지 못한 채 준우승만 3번 하는데 그쳤다. 슬럼프는 올해 6월 KLPGA 칸타타 오픈에서 우승할 때까지 계속됐다.

유소연과 서희경의 라이벌 의식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 200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KLPGA 투어 오리엔트차이나 레이디스오픈 당시 유소연과 서희경은 이번 US여자오픈처럼 동타를 이뤄 연장에서 다시 만났다. 서희경은 18번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승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두 차례나 잡았지만 마무리 하지 못했다. 반면 유소연은 세 번째 연장에서 서희경이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행운'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유소연이 러프에서 볼을 찾다가 규칙 위반 논란이 불거졌는데, 두 선수는 규칙 해석을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힐 만큼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연장전에 강한 유소연

유소연은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역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전에서 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 58만 5,000달러(약 6억2,4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은 유소연은 세계랭킹이 40위에서 21위로 껑충 뛰었다.

유소연은 딱 부러진 성격의 소유자다. 한번 마음 먹으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직성이 풀릴 때까지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슬럼프 기간 동안에도 그는 허리 통증에도 퍼팅 감각을 찾기 위해 8시간씩 연습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3시간씩 스윙 연습을 했다. 골프에 관한 한 그같은 독한 근성이 오늘의 유소연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전문가로부터 주 1회 멘탈 트레이닝까지 받았다.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여 즐기듯 게임에 임할 수 있는 정신력을 키웠다. 유소연이 연장전에 강해진 이유다.

US여자오픈에 강한 한국 선수들

한국 선수가 4대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12승 중 US여자오픈에서 올린 승수만 무려 5승. US여자오픈은 긴 전장과 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유명하다. 올해 대회 코스는 파71에 7,047야드로 장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한국선수에게 악조건은 독보다 약이 됐다. 한국 선수들의 강한 집중력과 끈기가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거리보다는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유소연과 서희경의 페어웨이를 지키는 안전한 전략도 제대로 먹혔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퍼팅도 타 선수들을 압도했다.

98년 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한 박세리의 플레이를 보고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 키즈'들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은 욕구가 남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우래 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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