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상장사 사외이사들의 출근일수 기준 하루 급여가 최고 1,000만원에 육박했지만, 안건 심의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았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100곳 중 현대제철 사외이사 5명의 평균 연봉이 9,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정기ㆍ임시 이사회에 참석한 날은 모두 열흘로, 하루에 970만원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다음으로 연봉 9,400만원인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들은 총 11차례 정기ㆍ임시 이사회에 참석, 1회 출석에 855만원을 받아갔다. LG전자 사외이사들은 10차례 이사회에 나와 8,300만원의 연봉을 지급받았다. 이어 현대자동차(8,100만원), SK텔레콤(7,800만원), LG(7,600만원), 기아자동차(7,100만원) 순으로 연봉이 많았다.
이런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지난해 10명 중 9명은 모든 안건에 대해 '원안찬성' 의견만 냈다. 찬성이 아닌 의견(반대ㆍ보류ㆍ기권ㆍ수정의결ㆍ조건부찬성)을 한 번 이상 제시한 사외이사는 전체 466명 중 46명(9.8%)에 불과했다. 때문에 작년 100대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2,685개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것은 0.15%인 4건에 그쳤다.
이들은 ▦임원 특별상여금 지급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회사채 발행한도 승인 등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안건도 100% 찬성으로 가결했는데, 이런 현상은 사주가 있는 대기업에서 더 뚜렷했다. 사외이사들이 찬성이 아닌 의견을 낸 기업은 전체 100곳 중 금융회사이거나 공적 성격이 강한 신한지주, KB금융, 한국전력 등 7곳뿐이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사외이사들이 전문적 식견과 판단 능력이 없거나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부족해 반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지수 변호사는 "기업 소송에서 사법부가 사외이사들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지금보다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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