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수업을 듣는 심 군이 전국대학생해외봉사단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그 소식에 지나간 적바림을 뒤져보다가 3년 전 7월에 동티모르 여행 기록을 보았다. '어느새 3년이 흘러갔구나!'가 아니라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동티모르가 아직도 생생한 것은 추억이 아니라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맸으며 2년 반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요즘도 내 몸에 그 여진이 남아 힘들 때가 많다. 동티모르 여행 이후 나는 세계의 오지를 찾아가던 '도전'을 중단했다. 다시 날개를 편다는 것이 두려워 웅크리고 지냈다.
심 군은 연수를 받고 캄보디아로 배정받았다. 8월에 10박 12일 동안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지대 오지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심 군이 시를 읽고 쓰면서 인생에는 외길이 아닌 다양한 길과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더 다양한 꿈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대견스럽다.
그 나이에 나는 분단과 이데올로기로 우물 안에 갇혀 사는 어린 개구리였는데 심 군은 벌써 날개를 펴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 날아라. 힘차게 날아라. 나는 심 군이 이번 봉사를 계기로 자신의 삶의 새로운 꿈을 향해 날개를 펼치길 바란다. 심 군의 힘찬 날갯짓에 오래 접어 두었던 나의 날개도 다시 펴고 싶어진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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