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명강의를 찾아서] 국민강사 김미경 '아트스피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명강의를 찾아서] 국민강사 김미경 '아트스피치'

입력
2011.07.08 17:30
0 0

■ "앉아서 대화하듯… 스킬보다 울림이 중요합니다"

말을 참 잘 하는 여자가 있다. 그의 강의는 강사와 청중 간에 벽이 없는 듯이 느껴진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안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TV 강의에서 인기를 얻어 '국민강사'로 통하는 김미경(47) 아트스피치연구원 대표. 그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을 말하는 기술을 갈고 닦으며 살아온 직업 강사다. 그가 지난 6일 오후 5시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아트스피치'란 주제로 수원 시민들과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했다.

"먼저 보세요, 이거."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그가 처음 던진 말이다. "이게 제가 스물아홉 살 때였어요. 지금이 훨씬 낫지요. 그땐 돈이 없어 관리가 안 됐어요."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말은 부드럽게 청중들에게 스며들었다. "아, 많이들 오셨네. 잘 지내셨죠. 제가 방송에서 보던 거보다 훨씬 낫지요.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안 뚱뚱해요. 키도 안 작아요." 그는 자기 소개를 길게 했다. "저는 시골사람이에요. 저는 인생에 가장 감사하는 조건 중의 하나가 태어난 곳이 증평이라는 거예요. 조그만 동네가 굉장히 좋은 점이 많아요. 조금만 잘해도 금방 표시 나고, 플래카드가 몇 번 붙으면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불이 나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생각이 나요. 그래 내가 증평을 빛내고 말껴." 허스키한 목소리에 충북 사투리가 섞여있다.

그는 증평에서 어머니가 50년 동안 3평짜리 양장점을 했던 일,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전자제품 대리점, 자개농 장사, 집 장사를 해 망했던 일과 어머니가 5년 동안 수제비를 먹으며 그 빚을 갚았던 일 등 어려웠던 집안 사정을 털어놓았다. 솔직하고, 치장이 없다.

그가 증평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내가 막 진동되고 울리지 않는 말에는 다른 사람도 움직이지 않아요. 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울림이 있어야 돼요." 그에게는 증평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일으키는 가장 좋은 소재인 거다.

그러면 어떻게 사람을 울리게 하는가. 그는 공연을 할 때 고수와 함께 자신의 노래를 들어줄 귀명창을 데리고 다니는 명창 안숙선씨의 사례를 들어 말을 잘하려면 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은 명창이 되어 자기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은 귀명창이 되어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연습을 시켰다. 귀명창은 눈과 입과 손으로 반응을 해 명창이 신나게 말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시범을 보였다.

제일 좋은 스피치는 어떤 것일까. "우리가 스피치를 잘못 배웠어요. 괜히 엉뚱하게 발음이나 발성 갖고 이야길 하거나 웅변이 스피치라고 하는 거예요. 여러분 웅변은 옛날에 마이크 시설이 시원치 않을 때 필요했던 거예요. 말을 해요, 말을."

그는 스피치의 종류에는 앉아서 하는 싯다운 스피치와 서서 하는 스탠딩스피치,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할아버지 몰래 서울로 도망쳐 양재를 배워 고향에 내려온 이야기를 하며 시범을 보였다.

"여러분, 봐요. 제 강의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앉아서 말하는 거랑 똑같이 말하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에 제일 좋은 스피치는 앉아서 말하는 거랑 똑같이 말하는 거요. 그래서 제가 스피치를 가르칠 때 어떡하는지 아십니까. 보세요, 대부분 앉아서 말할 때는 잘 해요. 그런데 일어나면 다 글이 되는 거예요. 일어나서 말을 하세요. 그래야만 잘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청중들에게 앉아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라고 시키고 나서, 도중에 일어나서 계속하라고 했다. 그리고 일어났을 때는 손이 크게 움직여야 사람들에게 잘 먹혀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하는 분들은 손이 움직일 때마다 표가 하나씩 들어와요. 성악하는 사람도 손이 움직여야 겸손해 보여요. 연습해 보세요. 겨드랑이가 떨어진 상태에서 손이 움직여야 돼요."

그는 청중들이 연습을 하는 중간 중간에 스피치에 대해 설명을 했다. "외국에서는 이걸 어릴 때부터 가르쳐요. 스피치가 설득될 때 때마다 돈이 되는 줄 아니까. 그런데 우리는 뭐라는 줄 알아요. '말이면 다 하는 줄 아는 겨, 얘가' '입만 살아가지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겨'…."

그는 "중간 가지 말고. 자꾸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 잘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만 잘 치면 반주자로 끝나지만 자신의 연주가 뭘 의미하는지 말할 수 있다면 지식사회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그는 지식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과 말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탠딩 스피치는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 잘 한다고 했다. "TV에서 90분 강연할 때면 거의 2주간 집에 못 들어가요. 책을 쓰듯이 파트를 나누고, 제목 밑에 소제목을 붙이고, 각각?설득 포인트를 넣고, 거기에 눈물이나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배치해 다큐멘터리처럼 강의 원고를 짜요. A4 용지로 18장쯤 돼요. 그걸 깡그리 외워요."

싯다운 스피치는 대화다. "앉아서 하는 스피치는 배려이고, 인격이에요. 자기 말만 하면 나쁜 사람이에요. 대화의 연습은 n분의 1 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여섯 명이서 60분 대화하면 내가 대화하는 것은 10분 이상은 절대로 안 돼요." 그는 싯다운 스피치의 최소 단위가 가족 간 대화라면서 가정에서 아버지가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을 잘하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에피소드형 대화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스피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동과 울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기 인생에 진동이 있는 사람, 읽은 책도 많고 경험도 많아 깨달음이 많은 사람이 말을 잘해요. 자기 마음에서 진동이 일어나는 걸 잘 갈고 닦아서, 그걸 원고에 잘 얹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를 예측하면서 음악을 연주하듯이 열심히 말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어요."

■ 150여개 콘텐츠 바탕 늘 새롭게… 정치인·연예인 수강생도 다수

"지식사회로 갈수록 지식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가장 농축된 지식이 바로 강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강연으로 먹고 사는 직업 강사는 1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직업강사들 속에서 김미경 아트스피치연구원 대표가 단연 돋보이는 것은 컨텐츠 덕분이다.

그는 150개의 강연 주제를 갖고 있다. 늘 새로운 주제로 강연을 한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멋있게 살 것인가를 큰 테마로, 도전과 용기, 희망을 주는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한다. 초기에는 주로 여성의 리더십을 주제로 했고, 요즘은 스피치(말하기)와 자기계발에 관한 내용이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강연을 개발하기 위해 직원들과 숙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집필실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고, 요즘도 매달 새로운 강연을 개발한다.

한국사회에서 강연 수요가 많아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 스펙 싸움이 붙어 자기계발 욕구가 강해진 것이 큰 요인인 것 같다"면서 "제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20~30대가 많지만 40~60대도 30%는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컨텐츠를 담을 수 있는 디바이스가 다양화되면서 강연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의 강연 내용을 책이나 애플리케이션, e북 등 다양한 상품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강연에서 말하는 대로 살까. "아니요. 100% 그렇지는 않아요. 그게 굉장히 고민된 적도 있어요. 그런데 3년 전에는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강연 후 3년이 지나고 보니 내가 말한 대로 살게 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는 강사 초기에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서 스피치 기법을 배우는 사람 중에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도 많다. 그래서 그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스피치 선생'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말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쉬운 말로 하는 것"이라면서 "사소한 경험에서 느낀 것, 사람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 그것을 컨텐츠화하면 듣는 사람들이 쉽게 빨리 알아듣고 흡수해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 김미경은 누구

1964년 충북 증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29세 때부터 독학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19년 간 각종 교육 현장, TV, 라디오 등에서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라이프 코치'이자 직업 강사로 일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매달 한번씩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김미경의 파랑새'라는 기부 강의를 해 수익금의 30%를 장학금으로 쓰고 있다. 1년에 서너 권씩 책을 쓰는데, 최근에는 30대 직장여성들이 직장에서 어려움을 딛고 임원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책 <언니의 독설> (전2권ㆍ21세기북스 발행)을 냈다.

수원= 남경욱 선임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