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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아직 끝나지 않은 카이스트 자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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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아직 끝나지 않은 카이스트 자살 사건

입력
2011.07.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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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이스트의 자살 사건들이 터졌을 때 사회와 언론 그리고 학교당국의 관심이 커져 이번에야말로 아까운 젊은 생명들이 자살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제도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한바탕 폭풍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소란을 피웠지만 근본적인 대책과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한 상태에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한번 떠들고 지나가면서 안타까워만 하고 잠시 후 다시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자살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먼저 학사경고자들의 상담의무화다. 대학에서의 학문의 우수성은 지켜져야한다. 하지만 학문적 우수성을 향한 개혁 못지 않게 그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돌봄의 장치가 필요하다.

필자가 교학부장으로 있을 때 학사경고를 3번 받고 제적당할 위기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가 울면서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학생의 어머니는 "다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아쉽게도 재기할 기회는 없었다. 이후 학생상담센터 소장이 되면서 학적과와 교무처 협조를 얻어 학사 경고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제도를 만들었다. 학사경고 2회를 받으면 교무처에서 학생상담센터로 명단이 전달돼 일대일로 상담을 하고 사인을 받아야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렇게 상담을 하다보면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들 중에 10%정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학생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상담을 권장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조언을 듣고 축적된 좌절로 인한 분노와 충동성을 분출할 수 있으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긴급지원비를 동원하거나 장학복지과에 의뢰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 불분명한 이유로 휴학하는 학생들이나 장기간 결석하는 학생들에게도 상담을 받도록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요즘은 전자출결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간고사 기간 이전에 몇 주 이상 결석하는 학생들 명단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장기결석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어려움이 없는지 학교에서 관심을 보이고 상담을 받도록 한다면 자살 예방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전교생 대상의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자살사고나 충동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그 당시 자살 충동을 극복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충동을 느낄 때 미리 발견할 수 있는 감지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자살의 징후와 긴급 대처 방법들에 대해 평상시 교육을 실시해 자살 사고와 충동을 가지고 있는 동료나 학생을 발견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는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셋째는 대학평가 요소에 학생들에 대한 상담과 돌봄에 대한 평가가 구체적으로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학교평가에 교육커리큘럼, 시설, 교원 수 등에 관한 평가 지표는 다양하게 있지만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서인지 학생들에 대한 상담 서비스에 대한 항목은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대학 내의 상담센터는 총장의 마인드가 어떤가에 따라 확대되기도 하고 통폐합되어 축소되기도 한다. 대학평가에 상담센터의 규모, 상담건수, 학생 수 대 전임상담원의 비율 등 구체적인 지표가 대학평가 항목으로 제시된다면 일관성 있게 학생들에 대한 질 높은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 모든 대학들이 일정수준의 상담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아름답게 피어야할 청춘의 꽃들이 피기도 전에 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다.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들이 없도록 대학은 학부모의 마음으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학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들이 제도적으로 현실화 되어 자살에 대한 예방적인 조치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유영권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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