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의 간판 김기성과 박우상(이상 26ㆍ안양 한라)이 '불가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기성과 박우상은 '바늘과 실' 같은 사이다. 홍익초교부터 경성중고, 연세대를 거쳐 안양 한라에 이르기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레프트 윙 김기성은 축구로 말하자면 '골잡이', 센터 박우상은 '플레이메이커'의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연세대 시절부터 대표팀 기둥으로 활약했고, 안양 한라가 2009~10, 2010~11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수훈을 세웠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후 승승장구를 거듭해온 이들은 지난 달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북미, 유럽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소속 팀과 재계약을 포기한 것. '왜 고생을 사서 하려느냐'는 만류도 많았지만 이들은"스틱을 잡기 시작하면서 꿈꾼 해외진출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이스하키의 박지성을 꿈꾼다
'아이스하키의 불모지인 한국 선수는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선입관을 깨뜨리는 것이 김기성과 박우상의 공통된 목표다. 이들에 앞서 해외리그에 도전한 김한성, 김규헌(이상 한라), 권태안(하이원)은 모두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귀국했다.
김기성과 박우상의 선택을'무리한 도전'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생각은 다르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기 전에 성패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김기성은"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한국 축구 선수들이 유럽에서 뛸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며"체격 조건과 기술 면에서 처질 수도 있지만 그들이 지니지 못한 나만의 장점을 앞세워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우상은 "김한성, 김규헌 선배는 경기 외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철저히 준비해 한국 아이스하키에 새로운 전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패는 두렵지 않다
김기성과 박우상의 우선 순위는 북미 리그다. 하부리그에서 한 단계씩 꿈을 향해 전진하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고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살인적인 몸싸움으로 유명하다. 하부리그의 경우 NHL보다 훨씬 거칠다.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김기성과 박우상은 이 모든 핸디캡을 감내하고 극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성은 "북미 쪽으로 간다면 몸싸움 탓에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각오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 도전이 후배들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인기 종목이라고 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우상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선수들의 텃세가 굉장히 심할 것이다. 고교시절 밴쿠버에서 8개월 정도 생활했는데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가지 못하면 내 꿈에 도전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고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팀을 물색하고 있는 이들의 행선지는 2주일 정도 후 결정된다.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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