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파문이 발생된 지 두 달이 다 돼서야 이상 징후를 발견하다니. 말이 됩니까."
경북 칠곡군 캠프캐럴 한미공동조사단이 부대 내 헬기장에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힌 8일 칠곡군청 강당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를 지켜본 130여명의 현지 주민들은 늦장 조사를 성토하며, 조사 결과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건설업을 하는 이억수(52ㆍ칠곡군 왜관읍)씨는 "공동조사단과 미군 측이 고엽제 매립에 대해 몇 차례 발표를 했지만 의혹만 키웠지 속 시원한 결론은 없었다"며 "모두 납득할 만한 조사를 통해 하루빨리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설명회가 상황 설명에 그쳤지 명확한 결론이나 대안 제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퇴역 미군의 고립제 매립 증언이 나온 이후 이사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두 달간 밤잠을 설쳤는데 아직도 조사지역과 방법을 놓고 마찰을 빚는 게 말이 되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엽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은 한미공동조사단과 미군 측에 대한 불신감으로 바뀌었다. 중장비업을 하는 구관모(49ㆍ칠곡군 지천면)씨는 "오늘 발표 내용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쳐 설득력이 없다"며 "숨길 것이 없다면 지금까지 고엽제 매립 의혹이 제기된 부대 내 41, D구역을 모두 파보면 될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주민들은 40개 지역 토양 시추조사를 하더라도 의혹을 완전히 해소되기 힘들다고 했다. 왜관읍에 사는 곽지은(42ㆍ여)씨는 "명확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문제 지역의 토양을 모두 파서 고엽제 드럼통 매몰 여부와 오염 정도를 측정해야 한다"며 "부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조사 방법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도 공개적이고 광범위한 시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토양시추 등을 포함한 모든 조사가 신뢰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며 "최선의 방법은 안전시설 갖추고 굴착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세호 칠곡군수는 "무엇보다 주민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고엽제와 관련해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칠곡=최홍국기자 hk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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