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 8일 오전 7시께 KBS 국회 출입기자인 장모(33) 기자의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장 기자의 노트북PC,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기자는 지난달 23일 국회 내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내용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민주당 대표실 복도 양쪽에 설치되어 있는 폐쇄회로(CC)TV 분석 작업을 통해 당시 최고위원회의 전후로 장 기자의 수상한 행적이 확인돼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 발부와 관련, “경찰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말해 경찰이 KBS기자의 도청혐의와 관련한 상당한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법은 한선교 의원과 보좌진 5명에 대한 경찰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보도본부는 ‘경찰수사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의 압수수색은 뚜렷한 증거 없이 특정 정치집단의 근거 없는 주장과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에 근거해 이루어졌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KBS는 “경찰의 이번 조치는 언론기관에 대한 모독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KBS기자의 도청혐의에 대한 상당한 객관적 근거에 따라 법관까지 설득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KBS간부의 개입 및 지시여부, 한나라당 쪽으로 유출 경위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발언 내용을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공개한 데 대해 도청 의혹을 제기하고 지난달 26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민주당 당대표실에 대한 현장검증 등을 통해 민주당 내부유출이 아니라 무선마이크 등 전자기기를 이용한 외부 도청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해왔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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