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는 지식경제부의 하청업체가 아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지난 수개월 동안 신경전과 설전을 거듭해온 최중경 지경부장관을 향해 마침내 직격탄을 날렸다.
정 위원장은 7일 동반성장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동반성장위의 역할을 한정 짓는 것은 어이 없는 일이다. 동반위 일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차라리 정부가 맡으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이처럼 직설적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낸 것은 최 장관에 대한 누적된 감정의 폭발이란 게 일반적 해석. 지난 달 27일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콘퍼런스'에 참석한 최 장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짧은 시간에 확 바꾸겠다는 혁명적인 발상으로는 안 된다.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정 위원장은 이틀 뒤(29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관들이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 같은 발언을 하면 국민들은 '정부가 (동반성장을) 안 하려고 하는 거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최 장관은 30일 "동반성장위의 구성목적은 동반성장지수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이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면서 정 위원장을 향해 사실상 '오버하지 말라'는 뜻을 피력했고, 결국 정 위원장이 이날 최 장관을 향해 다시 포문을 날리게 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정부는 '동반성장은 혁명적 발상으로는 안 된다. 위원회는 적합업종 선정, 동반지수 산정만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제한하는 게 오히려 정부가 오버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자고 하는데 정책 일선에 있는 분들의 의외의 발언이 반복되면 대통령의 뜻은 퇴색되고 민심은 싸늘해진다"라고도 했다.
사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반성장위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날 선 공방을 벌여왔다. 당시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개념을 들고 나오자 마자 최 장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 이상 논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몇 차례 구두공방이 이어진 끝에 정 위원장은 "최 장관이 그 자리에 있는 한 내가 그만 둘 수 밖에 없다"고 얘기했을 만큼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골은 깊게 패인 상태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런 사이는 아니었다. 정 위원장은 최 장관의 경기고-서울대 상대 9년 직속선배다. 정 위원장이 총리 시절 최 장관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었기 때문에, 가깝지는 않더라도 서먹할 이유는 없는 관계였다. 한 정부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잘 타협이 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어쨌든 이렇게 사사건건 부딪히는 한 동반성장정책 자체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시 적용되는 대기업의 범위를 흔히 '재벌'로 불리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55개)으로 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논란을 빚고 있는 두부제조업의 경우, 풀무원 같은 중견기업은 계속 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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