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지는 7월은 교육계에서 '충돌의 계절'이다. 전국교직원노조에서는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방식 때문에 이에 대비한 파행 수업과 학교 줄세우기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며 매년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거부하는 교사들을 징계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등장한 지난해부터는 시험을 거부할 수 있는 학생의 선택권과 대체 프로그램 운영을 보장하려는 일부 시도교육청과 이를 불허한 교과부의 마찰로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파악해 지원하고, 국가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시험의 취지와 그로 인한 부작용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된 소모전을 그만 두고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형 시험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全數)평가로 바뀐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기초학력 미달 학생(100점 만점에 20점 미만) 비율이 중학생은 10.2%, 고교생은 8.9%였으나 2010년에는 중학생 5.6%, 고교생 4%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2008년 당시 특성화고 학생들의 학력 미달 비율은 무려 40%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며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과 그런 학생들이 밀집된 학교를 찾아내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수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평가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부진학생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책임감이 커지고, 경쟁요소가 작용해 학력 향상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에서는 "학습 부진 학생을 판별하는 것은 시도교육청별로 매년 3월 실시하는 진단평가로 충분하다"며 "시도교육청별로 이들 학생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되는데 전수 평가가 시행되고 그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교ㆍ지역간 서열화와 문제풀이식 교육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표집 평가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한 각종 시험들 때문에 수업 파행과 야간 보충수업 등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전교조에 따르면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 형태의 시험을 1년에 17차례나 치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교조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는 방과후 보충수업 등을 통해 기출문제 풀이를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성적이 오르게 되는데 이를 진정한 학력 향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일제고사의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교과부가 창의성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 중고교생들의 학력 평가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초등학생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도 초등학생들의 과도한 시험 부담과 경쟁을 막기 위해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초등학교의 성취도 평가 결과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험과목을 5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이는 등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수업 파행 사례는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관리 감독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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