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근접한 것인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가.'
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면서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국내ㆍ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기준) 매출 39조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2.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2%가 줄어든 수치다. 주력사업인 액정화면(LCD)부문의 업황이 좋지 않았고, 반도체와 TV 분야에서도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갤럭시S2 등을 앞세운 휴대폰 부분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LCD·TV 부문 수요 예측 실패가 주범
삼성전자 실적 하락의 주된 요인은 LCD사업의 부진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LCD를 부품으로 쓰는 TV와 PC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LCD도 팔리지 않고있는 것. 특히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제품인 3차원(3D) TV와 스마트TV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예상만큼 높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초 예상했던 것보다 3D TV와 스마트TV 판매가 많이 부진하다"며 "연초 세웠던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선진국 소비자들의 90% 이상이 평판 TV(LCD TV 및 PDP TV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고가의 3D TV와 스마트 TV 구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볼만한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TV 사업 역시, 현재 적지 않은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잘못된 수요 예측이 LCD와 TV 사업 모두에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포함한 세계 PC 시장에서도 현재 기업 고객의 수요만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일 뿐, 가장 비중이 큰 일반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수요처인 PC의 판매가 저조한 탓이 크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품목인 1기가비트(Gb) DDR3 D램의 경우, 일본 대지진 이후 1달러선을 회복했으나 6월말 다시 0.92달러까지 내려 앉았다.
그나마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삼성전자 휴대폰 부분만 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에 힘입어 올 상반기 스마트폰에서만 1,900만대를 판매,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중ㆍ저가 제품이 아닌 고급 사양의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의 격차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시장 전망
시장의 관심은 과연 삼성전자가 2분기를 지나면서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할 지 여부. 삼성전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반기가 전통적인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TV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LCD 시장 상황 개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신제품들의 연이은 출시로 반도체 시장 또한 회복될 것으로 진단한다. 삼성증권은 "2분기에 휴대폰 부문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는데 이는 경쟁업체 노키아의 부진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라며 "하반기에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반기 삼성전자의 회복세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들지만, 예년과는 달리 포화상태에 접어든 선진국 시장에서의 TV 수요 회복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5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노키아도 스마트폰에 대한 저가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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