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달려온 무한도전, 평창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이는 평창의 소망이기보다 국민의 비원이었기에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승리이며 이미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한국스포츠의 끝없는 전진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지난번 G20세계정상회의 이후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확인한 합작외교의 승리이기도 하다.
지난 월드컵축구(2002)와 함께 여름올림픽(1988)에 이어 겨울올림픽(2018) 개최국이 된 한국은 다음달 대구에서 열릴 세계육상 선수권대회까지 명실상부한 세계스포츠 트리플 크라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환호를 터뜨릴 만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은 역시 우리에게는 행운의 땅이다.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인 90% 이상의 국민적 지지와 열망, 그보다 지난 20년 동안 겨울올림픽10강 대열을 고수해온 우리의 스포츠파워, 더구나 지난 해 캐나다 밴쿠버올림픽에서의 놀라운 약진(종합 5위)에 비추어 이번의 성공은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 더해 새 지평(New Horizons)이라는 슬로건이 표방하듯 겨울올림픽을 세계에 확산하여 다음 세대에 넘겨주자는 '지평론'이 독일의 '뿌리론'을 눌렀다고 할 수 있다.
더반 IOC총회의 투표는 우리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유럽 표가 결집되는 담합을 우려했으나 평창의 열정에 감복한 IOC는 평창의 손을 들어주었다. 올림픽이 또다시 정치에 휩쓸리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 두 차례 프라하(2003)와 과테말라시티(2007) 총회에서 모두 역전의 쓰라림을 안았던 만큼 이번에는 치밀한 득표 전략, 여기에 정부가 앞장 선 전방위 외교의 효과로 독일(뮌헨)과 프랑스(안시)라는 알프스강적의 높은 벽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 겨울올림픽이 유럽과 미국 밖으로 옮겨지는 건 지난 나가노(1998)이후 20년 만이다.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은 이미 변방을 벗어나 당당한 선진대열에 올라선지 오래되었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가 기울여온 제3세계를 위한 드림프로그램이 IOC위원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으며, 대회사상 가장 콤팩트한 경기장 배치와 13개 경기장 가운데 7개를 벌써 완성해놓았다는 착실한 준비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이는 이미 지난 2월 평창을 돌아본 IOC실사단이 확인한바 있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평창을 처음 세계의 지도위에 올려놓은 프라하IOC총회 이후의 2전3기 도전과정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었다. 지난 두 차례 유치대표단에 참여했던 필자는 이웃 아시아국가의 견제와 알프스동맹과도 같은 '유럽 커넥션', 그리고 전투공작을 방불케 하는 '푸틴 돌발변수' 여기에 우리외교라인의 엇박자 등 악재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결국 이러한 낭패가 값진 교훈이 되어 이번에는 강원도 차원이 아닌 국가총력지원 체제로 외교라인을 형성했으며 대통령이 지휘선봉에 나섰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이 그러했듯이 대회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세계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올림픽의 유산을 남기며 겨울스포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가야 할 짐이 평창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취약점이 너무 많다.
이태영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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