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마자 평창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선정 기대감으로 이미 수 개월 전부터 호가가 조금씩 상승해 왔으나, 7일 새벽 개최지로 확정되자마자 이 지역 중개업소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그나만 나왔던 매도 물량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7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떴다방'으로 불리는 기획부동산이 본격 활동에 나서는 등 평창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평창군 봉평면 D공인 관계자는 "유치 발표 하루 만에 땅값을 알아보는 문의 전화가 오전에만 30통 이상 걸려 왔다"며 "한때 자취를 감췄던 기획부동산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경우 실제 거래는 거의 없는 가운데 호가가 상승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도 "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 외에도 펜션, 별장, 레저시설 등 연관 시설들이 많이 개발될 수밖에 없어 평창 주변 땅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림픽 개최로 평창 지역 부동산 시장이 외지인의 투기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미 평창 부동산 시장은 투기 조짐이 완연하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이 지역 토지 거래량(13만6,888필지) 가운데 강원 이외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게 9만9,867필지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호가가 상승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기획부동산의 활동도 갈수록 본격화하고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의 A공인 관계자는 "5월부터 개최지 선정 기대감으로 토지 매물이 줄고 지난해 3.3㎡ 당 40만원이던 전원주택 부지의 호가가 50만원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H공인 관계자도 "발빠른 기획부동산 주도로 서울과 수도권의 투자자를 태운 버스가 알펜시아와 주변 땅을 둘러보고 가는 사례가 최근 목격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부 기획부동산은 과거 매입했으나 2010년과 2014년 올림픽 유치 실패로 폭락했던 물량을 팔아 치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림픽 유치의 최대 수혜자는 강원도가 직접 지은 알펜시아리조트가 될 전망이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수준의 호텔과 콘도를 짓고도 분양률이 10%에 머물면서 하루 1억원 이자를 부담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렸으나, 상황이 급반전 했기 때문. 신상규 알펜시아 분양팀장은 "당장 오늘부터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어 놓고도 팔리지 않은 고급빌라와 골프회원권을 당초 계획대로 매각할 수만 있다면 각각 8,000억원과 4,000억원을 확보해 거액 부채를 일시에 갚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1~2개월 안으로 알펜시아 일원이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나오면 리조트 회원권과 고급주택 분양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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