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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붕괴된 금융감독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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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붕괴된 금융감독기능

입력
2011.07.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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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의 직무유기와 무능이 극에 달하면서 금융산업이 마치 무법천지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터져나온 부정은 어느 정도 짐작한 것이지만 규율을 잘 지키는 권역으로 알려진 은행권에서조차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험추구'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SC 제일은행은 은행법 등 무려 5개 금융관련 법률을 어겨서 부행장을 포함한 임원 41명이 징계를 받았다. 론스타와 하나금융그룹 간의 거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외환은행 이사회는 고액의 중간 배당을 결의했다. 이와 동시에 하나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하나은행이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 51%를 담보로 1조5,0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이 두 건의 거래는 금융감독당국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거래다.

우선 외환은행 이사회의 고액배당 결의와 관련해서는 참가한 이사들의 자격이 문제가 된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될 경우 지난 3월말 외환은행의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론스타가 행사한 의결권중 4%를 초과한 부분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감독당국은 진작에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필요시 이들의 이사 자격을 취소했어야 마땅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하나금융지주의 최근 행보다. 하나금융그룹은 매우 버젓한 금융그룹이었지만 론스타와의 거래에 목을 매달면서 위험한 거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은행이 대출해 준 1조5,000억원의 정황을 살펴 보자. 하나은행은 자신의 유일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이 계류된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이 거래와 관련하여 차입했던 1조 5,000억원을 예치받고, 그 대신 자신의 계산으로 이 거래의 상대방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발행주식 총수의 절대 과반인 주식을 담보로, 시가 기준 외환은행 주식 총수의 20%가 넘는 금액을 대출해 주었다.

이 거래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하나금융지주의 행위제한 규제 위반 가능성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는 순수금융지주회사로 출자를 통해 자회사를 소유하고 이를 지배하는 것 이외에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금융지주회사는 대출을 해줄 수 없다. 그런데 위의 거래는 마치 하나금융지주가 자신의 돈을 직접 론스타에 대출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은행에 예치하고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해 주도록 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대출로부터의 이자수입은 하나은행이 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이므로 모두 하나금융지주로 귀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런 심증은 금융지주가 차입한 1조 5,000억원의 이자지급 문제와 하나은행의 대출이자 수입을 서로 연계시켜 설명하는 하나금융그룹 관계자의 말이 보도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이 거래가 외환은행 발행주식 총수의 매우 큰 부분에 대해 감독당국의 승인없이 강한 이해관계를 설정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은행법은 사전 승인없이 은행 주식의 10%를 초과해서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은행 주식의 51%를 담보로 잡고 20%가 넘는 주식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해 준 거래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당연히 이 거래가 은행법상의 소유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특히 하나은행의 대주주가 론스타의 주식을 매입하려다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거래가 깨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대출이기에 더욱 이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현재의 금융감독기구가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회는 당연히 그 권한을 더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주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이 사태를 직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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