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고층부의 상하 진동 현상으로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에 내려졌던 입주민 강제 퇴거 명령이 7일 오전 9시 해제된다. 입주민 출입금지 조치는 이틀 만에 해제됐지만 흔들림 원인 규명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다.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종용 광진구 부구청장은 6일 저녁 브리핑에서 "긴급 안전점검 결과 건물의 구조적 안전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원인을 찾기 위해 기둥 부위 등 7, 8곳에 진동계측기를 설치하고 퇴거명령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부구청장은 또 "흔들림은 진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3개월에 걸쳐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것"이라며 "다만 진동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판매동 11층의 4D 체험 영화관 출입을 계속 통제하고 사무동 12층 피트니스 센터의 사용도 제한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상 진동에 대한 원인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서울시 고위관계자 조차 "밤새 32군데의 피복을 해체해 육안 점검을 했으나 균열 같은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진동을 느꼈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나도 원인이 궁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러니 전문가들도 저마다 백가쟁명식 원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물의 구조적 문제, 지반 이동, 공명현상 3가지로 원인을 압축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로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입주자들이 진동을 느낀 층이 39층 사무동 전체가 아닌 상층부 일부였던 대목은 일부 층의 건물 지지 기초구조물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고층 건물이 상하로 흔들리는 경우는 지진 등을 빼고는 거의 없다. 당시 이 지역에 지진파가 관측되지 않아 건물 내부 이상이거나 주변 토대 문제일 수 있다"며 "수직으로 힘을 떠받치는 기둥이나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초구조물이 손상됐을 때 상하 진동이 발생할 수 있어 건물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명현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명은 외부의 진동 주파수와 한 물체의 고유한 진동수가 순간적으로 일치할 때 진폭이 매우 커져 발생하는 흔들림이다. 건물 안팎에서 강한 음향이나 진동이 생길 때 건물 주파수가 이에 동조, 진동이 일시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하층부 흔들림이 없던 것으로 봐 구조문제나 지반의 영향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이번 흔들림의 원인은 공명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상환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건물 전체가 아닌 일부 층만 지속적으로 흔들렸다면 건물 구조나 지반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지반 문제일 가능성은 반반이다. 나인호 동양구조 소장은 "테크노마트가 한강변에 자리잡은 건물임을 고려하면 최근 폭우로 인근 뻘 지형에 많은 물이 유입돼 수위가 변하며 건물이 움직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경우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사무동과 붙어 있는 판매동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속 시원한 해답은 되지 못한다. 이 밖에 건물 내외부 온도차에 따른 날씨영향도 거론된다.
물론 삼풍백화점 붕괴나 9ㆍ11 테러 당시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붕괴를 가져왔던 건물 구조의 치명적 손상과 이번 흔들림 소동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물 구조에 치명적인 상하진동이 있었음에도 폐쇄회로TV에선 별다른 흔들림이 녹화되지 않았고, 흔들림 강도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긴급 안전점검에서 이상징후가 없는 사실을 확인한 당국이 퇴거명령을 조기에 거둬들인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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