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스라엘의 최대 골칫거리는 국제구호 활동가들이다. 이들이 지난달 말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호시탐탐 해상 침투를 감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무기 공급선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인접 해상을 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구호단체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외면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려워 대놓고 말을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스라엘에 예상치 못한 우군이 나타났다.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다.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그리스의 강력한 협조 덕분에 가자지구 해상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350여명의 활동가들로 구성된 국제구호선단(자유함대 2)은 당초 그리스를 출발해 가자지구로 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작전은 그리스 정부의 출항금지 조치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12척 선박 가운데 프랑스 선박 1척만이 이날 그리스 영해를 빠져 나와 가자지구로 향했을 뿐이다.
그리스는 왜 이스라엘에 적극 협력하는 것일까.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로노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그리스와, 터키와 관계가 소원해져 대체자를 찾고 있던 이스라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가자지구 구호선단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전개해 터키 출신 인권운동가 9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터키 정부는 이후 이스라엘과의 모든 군사협력 관계를 중단하고 터키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추방했다.
이스라엘은 터키와 멀어지자 그리스에 손을 내밀었다. 한 푼이 아쉬운 그리스가 이스라엘의 제안을 거부할 리 만무했다. 이스라엘은 그리스에 막대한 군사 원조를 약속하고 그리스 영공에서 양국 공군의 합동 훈련도 실시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도 정부 수반 자격으로 18년 만에 이스라엘을 찾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속내는 여전히 터키에 꽂혀 있는 것 같다. 양국은 지난해 구호선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금전적 보상을 하고 터키는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는 등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방 외교관은 "아랍권 풍향에 민감한 이스라엘과 터키는 대대로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었다"며 "인구가 적고 군사력도 보잘 것 없는 그리스가 터키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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