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STX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다. 반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은 불참의사를 공식화했다. 입찰의향서(LOI) 제출 마감을 이틀을 앞둔 상태에서 하이닉스 매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SK와 STX는 6일 공시를 통해"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LG 동부 효성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단정적 공시를 한 데 비해 SK와 STX의 '미확정' 표현은 상당히 다른 뉘앙스다.
이와 관련, SK관계자는 "뭐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하이닉스 인수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재계서열 3위인 SK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다. 다만 정유와 이동통신 쪽으로 사업포트폴리오가 짜여진 SK가 왜 갑자기 하이닉스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인수할 경우 시너지효과는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때문에 최종 참여여부는 LOI 제출마감일인 8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서열 12위인 STX는 SK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인수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STX관계자는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고 실사까지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우리가 기대한 부분과 맞지 않는다면 본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중동의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 무차입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선업이 주력인 STX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배경과 인수 가능성과 관련, 시장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STX가 인수가격 3조원, 매년 시설 투자비 3조원 이상을 투입할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종철 STX 부회장은 이날 늦게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의향서 제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STX는 해운과 조선 의존도가 90%인데 리스크가 있는 만큼 오래 전부터 이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껴왔다"며"우량 파트너가 없고, 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없었다면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입찰의향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측은 불참 배경에 대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부족하다"며 "경기변동 주기 등을 볼 때 중공업과 반도체산업 간의 상호 보완효과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3일전만해도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입찰키로 최종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저주' 우려가 높아지자, "가격과 시너지효과를 감안할 때 시장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무리하게 인수전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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