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난 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젊은 엄마에게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려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일부에서는 엄마가 딸을 살해한 상당한 정황 증거가 있는데도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며 '제2의 O.J.심슨사건'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은 5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법정에서 열린 '파티 맘' 케이시 앤서니(25) 재판에서 남자 5명, 여자 7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1급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1급 살인은 고의성이 있는 살인을 말한다.
앤서니는 2008년 6월 두 살 된 딸 케일리가 사라졌는데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지 않고 파티를 즐겨 '파티 맘'이란 오명을 얻었다. 케일리는 실종 6개월 뒤인 그 해 12월 집 근처 숲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입과 코에 붙은 강력 테이프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앤서니는 가상의 가정부를 내세워 그가 케일리를 납치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집 수영장에서 익사해 살해당한 것처럼 꾸몄다고 말을 바꿨다. 앤서니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가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기 위해 딸을 질식시켰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앤서니의 집에서 케일리의 입에 붙어 있던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찾아냈고, 앤서니가 집 컴퓨터에서 마취제의 일종인 클로로포름과 관련한 내용을 80여 차례 조회한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앤서니의 변호인단은 케일리가 집 수영장에서 익사한 것이 맞다고 검찰과 맞섰다. 이에 검찰은 "누가 죽은 아이의 입에 강력 테이프를 붙인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사고를 살인으로 포장할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황 증거만 있을 뿐 결정적인 물증을 대지 못해 결국 유죄 평결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앤서니와 변호인단은 이날 평결이 끝난 뒤 법원 건너 식당에서 자축연을 열었다. 앤서니의 변호인 바에즈는 "3년 동안 케일리와 케이시의 정의를 위해 싸웠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무죄 평결이 내려지는 순간, 법정 밖에 모인 500여명의 시민들은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도 배심원단의 평결을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CNN에 따르면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은 자신의 트위터에 "뭐? 무죄라고? 할 말을 잃게 하는군"이라고 썼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멍청한 배심원단 같으니. 그럼 대체 케일리를 누가 죽였다는 거야"라고 비꼬았다. 매년 7월 5일 케일리를 기리는 촛불을 밝히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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