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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적조작 '벌집 쑤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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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적조작 '벌집 쑤신 듯'

입력
2011.07.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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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에서 44개 학교, 178명의 교사와 교장, 교육청이 연루된 사상 최악의 성적조작 사건이 확인됐다. 학생 성적이 나쁜 교사에게 모욕을 주고 성적조작 사실을 알린 내부고발자를 위협했다는 증거까지 나왔다. 미 연방정부의 낙오학생방지(NCLBㆍNo Child Left Behind) 정책으로 야기된 성적지상주의의 갖가지 어두운 면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애틀랜타 지역언론 등은 조지아주가 애틀랜타 공립학교 성적조작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작사례는 조사 대상 56개 학교 중 44곳에서 발견됐다. 교사들은 초ㆍ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 형식의 학력평가고사(CRCT)에서 ▦학생들의 답안지 작성을 도와주거나 ▦답안지를 사후 고쳐쓰는 수법으로 성적을 올리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들이 이처럼 성적조작에 가담한 것은 "어떻게든 점수를 올려야 한다"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NCLB 정책을 실시한 이후 일부 주는 교사 평가에 학생 성적을 반영하거나, 성적을 많이 올리는 교사에게 최고 2만5,000달러의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적이 나쁜 학교는 교장이 사직을 하거나, 아예 학교가 폐쇄되기도 한다. 결국 소득 수준과 학생성적이 낮은 교육구일수록 성적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애틀랜타의 성적 조작은 2005년부터 이뤄졌지만 조작한 성적으로 이곳 저곳에서 거액의 보조금까지 받은 교육계는 한 번 맛들인 악마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일부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비리를 관계 기관에 알리려 했지만, 학교 측이 내부고발자를 위협하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 교장은 학생 성적이 나쁜 교사를 교무회의 도중 탁자 아래로 기어가도록 모욕을 주기까지 했다.

2009년 '올해의 교육감상'을 수상하는 등 교육개혁가로서 전국적 명성을 누린 베벌리 홀 전 애틀랜타 교육감의 연루설도 나오고 있다. AP는 "성적을 강조한 홀 전 교육감이 최소한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았거나 묵인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는 "사법처리로 갈 사례가 많다"고 밝혀 형사사건으로도 비화될 전망이다.

학부모와 교육 단체들은 조사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공립학교에 세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 쇼나 헤이즈 타바레즈는 "문제가 된 학교에 아이를 보내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냈더니 성적이 뚝 떨어져 버렸다"며 "이런 행위는 범죄"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틀랜타 교육위원회 브렌다 무하마드 의장은 "어른들을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평가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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