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2사단 총격사건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5일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이날 오후 2시4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이승렬 병장(이하 추서 계급)의 영정을 시작으로 이승훈 중사, 박치현 병장, 권승혁 상병의 영정들이 장례식장을 나와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유가족들의 오열은 그치지 않았고 박 병장의 어머니는 링거주사를 꽂은 채 연거푸 숨진 아들을 찾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군 장성과 해병대 장병 400여명이 합동분향소를 찾는 등 조문행렬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빈소를 찾은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중장)은 유족에게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고, 김관진 국방장관도 굳은 표정으로 조문을 마쳤다.
사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장례 절차 개시가 불투명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전 9시30분 해병대사령부 이승재 수사과장(중령)이 유족들에게 중간 조사결과를 설명했지만 수긍하지 못하는 유족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유족은 이 중령에게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또 후임병들이 가해자인 김민찬 상병을 무시해 총격사고가 난 게 아니냐는 일부 인터넷 여론에 대해 권승혁 상병의 부친 권형구(51)씨는 "우리 아들에게 두 번이나 억울한 죽음을 안기는 것"이라며 "승혁이는 평소 김 상병에게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성희롱 발언도 들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오후 들어 격했던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유족들은 합동조문을 받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례를 이끌어 나갈 유족협의회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어 향후 장례 절차에 다소 혼란도 우려된다. 게다가 이날 저녁 시신에 염을 하던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않는 대신 X-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군 당국에 연락, 장비를 장례식장으로 긴급 공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성남=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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